얼마 전 개봉한 부탄 영화 ‘교실안의 야크’를 보았다. 히말라야산맥과 인접한 국가, 행복지수 1위인 은둔의 나라로만 알던 부탄의 모습이 궁금했다. 영화는 고도 4800m의 버스에서 내려 6일을 꼬박 등반해야 닿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산골 학교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한다. 주민 56명의 산간 오지 마을 루나나의 작은 학교로 발령받은 젊은 선생님의 눈에 비친 해맑은 아이들, 히말라야 산맥의 자연에 순응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잘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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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악기 장구. 국립국악원 제공 |
산마루 넓게 펼쳐진 풍경을 보며 부르는 ‘야크의 노래’는 그 옛날 정자에 앉아 완만한 우리나라 산세를 바라보며 ‘태산이 높다 하되~’ 시조 한 수 읊던 가객을 떠올리게 한다.
부탄 사람들은 야크를 가리켜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동물’이라고 했다. 야크의 고기, 가죽을 주는 것은 물론, 배설물마저 추운 겨울 연료로 쓰는데, 그 연료를 얻는 방편으로 야크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댁 마당 한쪽 외양간에 있던 소를 떠올려 본다. 예전 우리 민족의 삶 속에도 집을 지키는 개부터 농사에 보탬이 되었던 소까지 친숙한 동물이 있었다.
동물의 가죽은 악기를 만드는 재료로도 쓰이는데, 국악기 중 장고, 북, 소고 등 타악기에 개나 소, 돼지 등의 가죽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궁중음악에 쓰인 타악기인 편경과 편종을 치는 각퇴(角槌)는 소의 뿔로 만들었다. 단단한 쇠와 대리석을 쳐서 소리를 내는 것에는 소의 뿔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악기를 만들 때 주변에서 얻기 쉬운 재료가 쓰인 예는 당연히 주변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해금과 그 모양새가 비슷한 중국의 현악기 얼후(二胡)는 울림통을 씌우는 재료로 제법 큰 구렁이의 가죽을 사용한다.
얇은 나무를 울림통에 덧대는 해금과 달리 얼후에 쓰인 구렁이의 가죽은 기암괴석의 절경을 자랑하는 중국의 산 속에 큰 뱀과 구렁이가 많이 서식했기에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세 줄 현악기 샤미센(三味線)은 사각형 울림통 양면에 고양이 가죽을 씌워 만들었다. 일본은 고양이를 길운을 주는 동물로 여겨 집집마다 흔히 길렀기에 고양이 가죽을 악기 재료로 쓰는 것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몽골을 대표하는 현악기 마두금(馬頭琴)은 원래 울림통에 말가죽을 씌워 공명하게 했다. 지금은 나무로 만든다. 유목 국가인 몽골에서 몽골인의 삶과 늘 함께한 친숙한 동물이 말이었으니 악기의 재료를 얻는 것도 수월했을 것이다.
이렇듯 인간 삶에서 사람과 동물의 관계는 예술과 악기에도 투영돼 있다.
소리연구회 소리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