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지금은 해임된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이맘 때다. 그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괴짜로 불릴 만큼 독특했다. 해양 지식과 문화적 소양은 남달랐으나 자신이 최고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강해 남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직원의 제보가 그의 운명을 갈랐다. 그가 경력직 사원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했고, 특정 출판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해 박물관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공정한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항변했지만 해양수산부는 감사를 벌인 결과 주 관장의 부당 행위가 확인됐다며 지난 4월 경찰에 고발하고 직위를 박탈했다.
약 3개월 뒤인 지난 7월 30일 그는 직위해제 상태에서 해수부로부터 해임한다는 내용이 담긴 ‘감사 결과 처분 요구서’를 받았다. 처분 요구서에는 불복할 경우 3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해임 처분은 하루 전에 내려진 상태였다.
해수부는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인 데다 그 전까지 제기되지 않았던 성추행 혐의까지 내세우며 서둘러 해임 처분을 내렸다. 당시 해수부 감사관 관계자는 “주 관장의 혐의가 내부 감사로 확인됐다”며 말을 아꼈다. 직위해제 때와 마찬가지로 해임을 했을 때도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결국 관장에서 물러난 그는 해수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주 관장이 해수부로부터 징계를 받을 동안 해수부 산하 기관장 2명도 사정 대상으로 떠올랐다. 해수부는 이들을 해임시키려 했지만 1명은 이사회에서 처분이 과하다며 정직 1개월로 낮췄고, 나머지 1명은 해임됐다. 공교롭게도 주 관장을 포함한 3명 모두 민간 출신 기관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수부 출신의 자리를 만들려고 민간 기관장을 내보내려 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해수부는 홈페이지에 국립해양박물관장 채용 공고를 냈다. 외부직 공모 때 보도자료를 냈던 것과는 달리 조용하게(?) 채용에 나섰다. 현재 서류심사를 통과한 7명은 교수·공무원·공직자 출신으로 23일께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 해수부 출신 인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해수부 출신이라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만 한때 떠돌았던 루머처럼 공정성에 손상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우이길 바란다.
해양수산팀장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