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뿔이 하나 달린 신화 속 동물이 유니콘이다. 10개인 동물도 있다. 데카콘이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고 하듯, 데카콘 기업의 가치는 그 10배인 100억 달러(10조 원) 이상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모험적인 기업의 전형이다.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1호는 쿠팡이다. 최근 차량공유 업체 쏘카가 12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부산 황령산 정상에서 동천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신령스러운 거북이 내려오는 ‘영구하산형’(靈龜下山形)으로 풀이하는 풍수학자들이 있다. 거북을 닮은 형상은 학자나 정치가, 사업가 등 빼어난 인물을 배출하는 자리로 통한다. 문현금융단지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부산시가 이곳에 유니콘도 아니고 데카콘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나섰으니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문현금융단지는 군 부대 자리였다. 육군의 주요 수송물자를 보급하는 군수사령부 제2정비창이었다. 센텀시티가 군 비행장을 모태로 한 수영비행장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상전벽해한 부산의 모습을 대표하는 곳이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는 63층 랜드마크 빌딩이다.
문현금융단지는 아시아 금융허브를 꿈꾸는 부산의 미래다. 2009년 부산이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고 뒤이어 금융 공기관이 집적되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구만 리다. 국내는 물론 외국 유명 금융기관을 유치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가시화하는 3단계 복합개발처럼 인프라 구축에 쏟는 노력만큼 굵직한 기업 유치와 함께 금융단지 활성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부산시 구상은 이렇다. BIFC 63층에 ‘D-Space’라는 사무 공간을 마련하고 외국계 금융·핀테크, 블록체인 전문 기업을 유치, 낙수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 이름의 첫 글자인 ‘D’가 데카콘(Decacorn)을 상징한다. 시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글로벌 기업인 중국 텐센트나 알리바바의 자회사 입주를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기대 효과가 거창하다. ‘해양·파생 분야 특화 금융중심지 기능 강화와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 활성화를 통한 부산 금융산업 생태계 확대 및 아시아 금융허브 도약!’ 이를 뒤집으면 시가 더 노력해야 하며 현재 부족한 점 그대로를 보여주는 셈이다. 유니콘 기업과 데카콘 기업은 혁신과 비전의 벤처 생태계가 성숙하고 있다는 증거다. 유니콘 기업도 하나 없는 부산이다. 발상의 전환은 신선하지만 그 효과엔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