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나 범죄피해 등을 당한 주민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려고 부산 기초지자체들이 앞다퉈 가입한 구(군)민 안전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시내 16개 구군 가운데 10곳이 안전보험 보험료로 연간 10억여 원을 지출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그것의 10%도 안된다. 보험의 실효성 논란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안전보험의 취지가 나쁜 건 아니다. 지자체가 세금으로 보험에 가입하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이 자동 혜택을 본다. 보장 범위는 10~13개 분야로 재해 강도 교통사고 성폭력 화재 붕괴 등이 들어있다. 잘만 운영하면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 여건이 어려운 속에서도 지난해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10개구로 보험 가입이 번져나간 것이다. 나머지 구청도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운용이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직접 신청을 해야 하는데 보험 가입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청구도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억대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금은 받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지급 절차 역시 까다롭다. 피해의 정도가 극심한 경우로 한정된 보험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일상생활 중 발생빈도가 높은 사고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일도 잦다. 보장 재해의 종류와 범위가 넓어지면 보험료 부담이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에 지자체가 꺼리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안전보험 가입이 단순히 단체장 치적 쌓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보다는 내실을 높여야 한다. 보장 내역이 지역 특성에 맞게 잘 설계되어 있는지 우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근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문제가 심각하므로 이런 부분을 감안한 약관 조정도 필요하다. 재난을 당한 사람이 보험금까지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청구 절차도 개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험제도 존재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 까딱하면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면서 보험사 배만 불리는 일이 생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