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어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자택에서 쓰러진 지 6년5개월 만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국 경제에 큰 발자취를 남긴 만큼 그림자도 짙다. 고인이 이끈 기업과 고인의 삶은 우리 시대의 굴곡과 맞닿아 있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존중하고 반성하는 건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1942년 1월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7년 이병철 창업주에 이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그해 9조9000억 원이었던 그룹 매출은 2013년 390조 원으로 25년 만에 40배나 성장했으며 수출 규모도 63억 달러에서 2012년 1567억 달러로 25배 커졌다. 시가 총액은 1조 원에서 2012년 300조 원을 넘어섰다. 총자산은 500조 원을 돌파했다. 초일류 삼성, 글로벌 선도기업은 그에게 힘입은 바 크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을 바탕으로 품질 경영, 디자인 경영을 주도한 덕분이다.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 D램 개발 이후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로 군림하는 과정처럼 미래 산업에 대한 확신과 집중 투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처럼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경영인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찬사의 이면엔 삼성이 답습하지 말아야 할 유산도 분명하다. ‘정경유착’, ‘황제 경영’, ‘무노조 경영’, ‘세습 경영’ 등 꼬리표다.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2005년 안기부 X파일 도청사건 수사,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이제 기업 경영은 시대 흐름과 어긋날 수 없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반대로 갈 수 없다. 고인의 혁신적 리더십과 불굴의 도전 정신을 본받되 철저히 단절해야 할 과거다.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길 기대한다. 아직 세습 경영의 법적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이 부회장은 ‘4세 경영 포기’를 공식 천명한 바 있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더 큰 안목으로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저력을 보여야 할 때이다.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고인의 발언을 언급하며 애도를 표하는 경제계의 바람이자 국민의 위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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