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몇 주 전만 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5위권을 바라보는 성적이었지만, 막판에 중요한 몇 경기를 놓치면서 결국 7위로 시즌을 마감할 모양새다. 연승에 연승을 거듭해도 모자랄 시점에 연패에 연패를 기록하면서 그나마 위안거리이던 5할 승률도 지켜내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롯데의 부진한 성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야구 잘하는 순위보다 야구 못하는 순위에서 자주 수위를 다투는 팀 이미지를 반영하듯, 야구팬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칭도 그래서 ‘꼴데(꼴찌 롯데)’다.
실제로 통산 성적도 시원찮다. 역사에 남을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꽤 많다. 프로야구를 넘어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가장 먼저 2500패를 당한 팀이라는 기록만 보더라도 꽤 전통 있는 약팀으로서의 면모는 충분히 갖췄다고 하겠다.
그래서인지 롯데 팬들의 바람도 어느 순간부터 아주 소박해졌다. 우승은 못 해도 좋다, 포스트시즌만이라도 진출해달라, 져도 좋으니 화끈하게라도 야구 해달라 등등. 롯데의 지난 성적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람이고 염원이겠다. 과거 해태나 삼성처럼 한 시절을 지배하며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팀이 아니어도 좋고, 두산처럼 꾸준히 상위권의 실력과 성적을 보여주는 팀이 아니어도 좋다. 꼴데만 아니라면, 꼴데 같은 시합과 성적만 보여주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열광적인 응원을 이어갈 수 있는 골수팬을 보유하고 있는 팀.
타 구단에서 보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열정적인 팬을 거느린 롯데가 왜 이렇게 야구를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자. 야구 전문가도 아니고, 구단의 내부 사정도 잘 모르는 입장에서 헛다리를 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겠다. ‘꼴데’라는 별명은 부진한 성적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미지에서 나온다는 것. 팀 이미지에 따라 별명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역사에서 주목할 기록이 있다. 21세기 들어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통산 성적에서 5할 승률을 밑돌면서 강팀보다는 약팀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것은 1980년대와 1990년대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럼에도 그때는 10년 단위로 한 번씩 우승이란 것을 하곤 했다.
평균 성적만 놓고 봐서는 늘 하위권을 맴도는 약팀일지라도 10년에 한 번씩 우승하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팬들에게 각인되는 이미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한 해의 우승은 한 해의 우승으로 그치지 않는다. 한 해의 우승은 그 이전에 있었던 10년간의 부진과 이후에 다가올 수도 있는 10년간의 부진을, 적어도 이미지상으로는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위력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우승이다. 우승을 위해 우승에 근접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따라붙는다. 바로 고비를 넘기는 힘이다. 하위권을 맴돌다가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의 경기, 상위권에서도 더 상위권으로 올라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경기, 매 경기가 다 중요하다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시리즈 전체를 결정짓는 경기. 매년 몇 차례씩 고비처럼 찾아오는 이런 경기에서 롯데는 거의 매번 이겨내지 못하고 졌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를 놓치면서 우승하는 팀은 없다.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비를 못 넘기고 우승하는 팀도 없다. 80, 90년대의 롯데는 이런 고비를 10년에 한 번씩이라도 이겨내는 팀이었지만, 2000년대부터는 그런 기억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아마 한 번이라도 제대로 고비를 넘긴 기억이 있었다면, 그래서 우승의 기억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통산 성적이 변함없이 시원찮더라도 ‘꼴데’라는 별명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변함없이 ‘꼴데’라고 불려도 따라붙는 뒷말이 달라졌을 것이다. 똑같이 ‘꼴데’지만, 그래도 ‘한 방이 있는 꼴데’라고 불리지 않았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