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핼러윈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서울 이태원의 주요 클럽은 핼러윈 기간인 주말 동안 자진 휴업 방침을 밝혔다. 부산도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 있는 주요 클럽과 감성주점 등 총 15곳이 자진 휴업에 동참했다.
부산 주요 지역의 심야 취재를 계획했던 기자는 사람들이 핼러윈 모임을 자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당부와 달리 부산 지역 곳곳은 핼러윈을 즐기려는 젊은이로 붐볐다.
대부분의 클럽과 주점의 문이 닫히자 젊은이들은 펍 라운지나 헌팅 포차로 발길을 돌렸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몰리면서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포착됐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는 무색했다.
클럽 내부에 들어서자 핼러윈 복장을 입고 서빙하는 점원이 바쁘게 움직였고 실내는 호박 모양 전등을 달고 빨간 물감을 흩뿌린 천이 내걸려 있어 진짜 ‘핼러윈 데이’임을 실감케 했다. 입장한 고객은 마스크를 벗은 채 업소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에 맞춰 ‘떼창’을 불렀다. 술을 마시고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다 보니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분장한 얼굴을 가리기 싫은 듯 ‘노(NO) 마스크’로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발생한 이태원발 집단감염 사태를 잊어버린 모양이다. 당시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와중에 며칠 새 100여 명의 집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해운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경찰 19명, 주한 미군 사령부 헌병대 5명 등 총 24명의 한·미 합동 순찰단은 밤 12시까지 해운대 구남로 일대를 집중 단속했다. 일찌감치 대규모 순찰을 예고했기 때문일까. 외국인 전용 클럽의 절반은 자진 휴업에 들어가며 정부 방침에 따랐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주점은 서면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날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가면을 썼기 때문에 코로나19 영향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발언에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 순간의 방심이 걷잡을 수 없는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1부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