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한때 세계 2위 코로나19 발병 국가였으나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모범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K방역이 성공하기까지는 국민건강보험(이하 공단)의 역할도 컸다.

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을 선지급하고 검사비와 치료비용의 80%를 부담했다. 덕분에 확진이 의심되는 사람은 금전적 부담 없이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2018년 1월 26일 화재가 발생한 밀양세종병원은 사무장병원으로 밝혀졌다. 당시 조사에 직접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2008년 불법으로 이 병원을 매수한 A씨는 31회 용도변경 등 인허가를 통해 3배 가까이 병상을 늘리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은 오히려 줄이는 등 수익추구에만 몰두 했다. 또 수용면적을 늘리기 위해 불법 증축을 하느라 비상시 탈출구로 쓰여야 할 대피로까지 줄였다. 불길에 갇힌 70, 80대 노인에게는 출구로 이끌어줄 병원관계자도 탈출 대피로도 없었다.

공단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사무장병원과 같은 불법개설기관을 단속해 왔다. 공단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전 분석으로 찾아 낸 불법개설 의심 기관에 대해 조사전문인력이 행정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렇게 적발된 불법개설기관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621개소, 환수 결정된 금액은 3조4869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실제 징수한 금액은 전체의 5.22%인 1819억 원에 불과하다.

징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공단이 불법개설기관의 개설·운영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익의 성과귀속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공단은 수사권이 없어 계좌 추적을 못하므로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게 된다.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사건은 전문수사 인력 부족과 타 사건 우선 수사 등으로 인해 평균 11개월의 긴 시간이 지나서야 결론이 난다. 그 기간 불법개설기관은 유유히 재산을 은닉하고 폐업 등을 통해 환수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막기 위해 공단 임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돼 충분한 공감을 얻었음에도, 일부 의료계의 반발과 법안에 대한 심의 기회 부족으로 인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21대 국회에서 서영석·정춘숙 의원이 법안을 다시 발의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법안에는 일부 의료계에서 반대하던 수사권 오남용을막기 위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추천 권한을 보건복지부장관이 행사하도록 했으며, 더불어 수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부·공단·공급자단체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도 설치·운영하도록 명시했다.

공단은 특사경이 도입된다면 현재 소요되는 수사 기간이 평균 11개월에서 3개월로 줄어들어 연간 약 2000억 원의 재정 누수 차단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로써 절감된 재정은 수가 인상과 급여를 확대하여 의료계 수익 증대와 국민의 보장성 확대에 사용된다고 하니 일석이조라고 할 것이다.

올해 말까지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3만4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전체에 대한 치료비로 32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환수 결정 금액은 이보다 10배가 더 많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미래에 코로나보다 심각한 신종감염병이 또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 건강을 위해 쓰여야 한다. 국회는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사무장병원으로 새 나가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차단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북부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