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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0-11-05 19:17:2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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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0년 전, 2001년 1월 홍콩을 방문했다. 목적은 1998년 오픈한 홍콩국제공항을 연결하는 홍콩역을 비롯한 쿨롱, 칭이, 퉁청 등 입체도시 기법으로 건설한 역들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더 정확하게는 고속철도, 지하철, 버스터미널 등 각종 교통시설들이 복합 환승되고 상업, 업무, 주거는 물론 공원까지 하나로 작동되는 입체도시계획의 적용 현장을 확인하고 홍콩만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이 원활치 않던 시대였기에, 직접 현장으로 뛰어 들었다. 그곳에 가면 우리가 원했던 입체도시계획을 위한 특별법이나 조례, 또한 체계적이고도 상세한 계획지침이 있을 줄 알았다. 결과는 빈털터리였다. 아무것도 없었다. 홍콩의 방식은 매우 간단했다. 가장 먼저는 관련된 모든 기관과 전문가들이 계급장(?)을 떼고 함께 모이는 것이었다. 다음은 관련법제도들의 현실적인 구속을 초월하는 방법 찾기였다. 수없이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그들이 가지게 된 것은 당시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던 차별화된 홍콩만의 것, 혁신적인 도시현장들이었다. 입체도시계획은 복수의 도시계획시설을 민간시설들과 함께 입체 개발토록 유도하여 다양한 복합과 융합을 기대하는 제도다. 높은 지가와 초고밀의 현대도시들에 적용할 수 있는 필수의 제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약 20년 전 이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완성된 개발 사례를 아직 갖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그림 서상균
부산의 센텀시티를 보면 입체도시계획의 필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센텀시티의 공간구조는 수평 나열식이다. 지하철 역, 벡스코, 백화점군, 업무시설들,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각종 영화지원시설과 나루공원, 수영강 등이 모두 조각나 있다. 벡스코 역에서 영화의 전당으로 가려면 횡단보도 4곳을 건너야 한다.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복합 효과를 거론하기가 꺼려지는 곳이 바로 센텀시티다. 혹자들은 지방도시 실정에서 센텀시티 정도만으로도 성공이고 또 감지덕지라 한다. 그런데 온갖 에너지를 총 동원하여 만든 곳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효율과 성과가 달성되지 못하니, 또 다시 더 크고 강해 보이는 개발 사업들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게 된다. 그래서 부동산 개발이익만을 남기고 진정한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한 사회 변화에는 미치지 못한 채,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무분별한 개발의 반복 속에서 우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런 현실의 상황이 기획자나 추진자의 무능과 창의력 부족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돈이 없어서도 분명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정말 애쓰고 있는데, 왜 모두가 공감하고 만족하며 또한 손뼉을 치며 국제사회에 자랑스레 내세울 수 있는 개발 사례를 가지기는 어려울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무엇에 메스를 대야할까?

고민 끝에 필자는 ‘도래한 탈산업화시대의 현실’을 해결의 실마리로 찾아보았다. 탈산업화시대에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특성은 여러 부문의 중첩과 하이브리드(hybrid) 현상이 전 사회와 도시에서 끊임없이 나타나고,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 한 무형의 산업들이 극도로 발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탈산업화시대에 제대로 된 미래 발전을 도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가지 답은 산업화 시대의 발상과 시각에 머무는 온갖 굴레들과 구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굴레와 구속! 관점에 따라 다양할 수 있지만, 필자는 무엇보다 먼저 각종 도시관련 법제도 속의 독소조항들을 꼽고 싶다. 항만, 철도, 하천, 환경, 건축, 도시, 경관, 도로교통, 산업배치 등의 차원에서 제정한 각종 개별법과 제도들이 상충되며, 동일 주제와 대상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다 “○○법 때문에 못해” “그 제도와 조항 때문에 불가능해”라는 핑계 아닌 핑계하의 빠른 포기와 적당한 절충들로 우리도시들은 채워지고 있다. 또 하나를 꼽으라면 각종 도시사업을 추진할 때 시행하는 BC(benefit cost) 분석이다. 지속가능한 복합 효과를 기대하려면 투입대비 산출이라는 단순방정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투자 우선순위의 결정 원칙으로는 필요하겠지만, 그 틀에 맞추다보니 외형적 성과가 낮을 수밖에 없는 분야나 성장 확인에 시간이 걸리는 사업은 도외시 되고 당장의 성과가 나타날 것 같은 개발 사업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 도시를 얘기할 때 유연한 사고, 창의적 발상, 지속가능한 도전 등을 항상 언급한다. 그런데 우리의 도시 현장에서는 모두 공허한 외침이 될 때가 많다. 답답한 현실을 탈피하여 도약하려면 유연하고 창의적인 도시 실험이 가능해야 하는데, 산업화시대에 만든 경직된 법과 제도들이 발목을 잡는다. 뜻이 있고 길은 보이는데 현장의 실상은 법제도에 얽매여 한 발짝 떼기가 무척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불법으로 치부되며, 결국 평범하고 뒤처진 관행이 최고라는 착각에 빠져버린다. 이러니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답은 하나다. 법을 만지는 사람들이, 그런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이 사실들을 직시하고 조정해 주어야 한다. 혁신이나 쇄신은 말로는 쉽게 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적용될 수 없다면 대중 선동을 위한 거짓말에 불과할 뿐이다.

2030엑스포, 부울경 메가시티, 북항재개발, 에코델타시티, 혁신의 회랑(경부선 철도부지) 등 지역의 운명을 결정지을 굵직한 사업들이 연이어 있다. 이 사업들을 탈산업화시대에 무사히 연착륙시키려면 최우선적으로 올바르고 진정한 미래 가치들에 대한 실천과 전진을 방해하는 후진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조정시켜가야 한다.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고정관념과 단견, 성과주의, 그리고 법제도 속의 여러 모순들을 제거하지 않은 채 탈산업화시대의 혁신을 아무리 외쳐 본들, 개발하면 할수록 불만은 커져갈 것이고 이전과 유사한, 그저 그런 개발만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근본의 것에 메스를 대야한다. 우리도 이제, 말뿐이 아닌 시너지 효과나 융합 효과를 도시 현장 곳곳에서 실제로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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