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에 네 살 아이의 아빠가 내게 물었다. 나는 언젠가 국제신문에 ‘슬픈 치매, 뭐라고 위로할까’라는 칼럼을 썼다. 운동이 치매 예방과 개선에 이롭다는 이야기였다. 그걸 읽었던 그는 무릎을 ‘탁’ 쳤단다. 무얼 일러줘도 깜빡대는 아들. 자길 닮아 머리가 나쁜 그 애에게 ‘운동이 딱’이라며 씨익 웃었다. 답을 정해놓고 채근하는 바람에 나도 웃고 말았다. 고작 네 살배기의 지능을 걱정하는 그의 조급함이 심했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도 부모의 마음인 것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말처럼 운동의 두뇌계발 효과는 크다. 국내외 관련 연구들이 넘쳐난다. 괄목할만한 사례도 많다. 한 예로 경기도교육청은 1교시 체육수업 정책을 폈다. 아침운동으로 학력이 향상돼서다. 이 정책은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파급됐다. 미국 시카고 고등학교에서도 체육활동이 과학과 수학의 국제학업성취도에 매우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는 그 결과를 이렇게 해석했다. “신체와 정신은 하나다. 신체를 움직이면 뇌기능이 활성화돼 인지력과 집중력을 강화한다.”
운동은 단순히 인지력 중심의 IQ만 개선하는 게 아니다. 다중지능 계발에도 꽤 유익하다. 이것은 몸을 움직이고 표현하는 신체운동지능, 언어를 배우고 구사하는 언어지능, 숫자와 논리를 다루는 논리수학지능, 음악을 익히고 감상하는 음악지능, 설계하고 방향을 분석하는 공간지능,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인간친화지능, 자기를 이해하는 자기성찰지능, 그리고 동식물 등 자연을 인식하는 자연지능을 말한다. 이는 미래사회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들이다.
신체를 다양하게 움직이면 신체운동지능은 당연히 커진다. 힘든 신체활동을 견뎌내고 개선해가는 과정도 자기성찰지능 계발에 이롭다. 또래끼리 어울려 놀면 소통할 기회가 많아져 언어지능도 길러진다. 놀면서 자연스레 협동하고 봉사하게 돼 인간친화지능도 생긴다. 또 계속 변화하는 공이나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처하다 보면 공간지능과 논리수학지능도 키울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율동적인 신체표현으로 음악지능을, 숲 놀이로 자연지능까지 계발할 수 있다.
누구나 알듯이 유아의 두뇌는 아직 미완성 상태다. 네 살짜리 아이의 뇌는 성인의 3분의 2가량 발달돼 있다. 그런 아이가 깜빡대는 건 당연하다. 기억력과 이해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아직 미숙해서다. 언어력을 발휘하는 측두엽은 전두엽보다 훨씬 느리게 발달한다. 어린아이에게 외국어 학습을 독촉하는 게 조심스럽다.
무얼 가르치든 유아의 두뇌발달에 맞아야 한다. 무리한 학습은 아이의 뇌 기능만 손상시킬 뿐이다. 요즘 유아들이 학습장애, 정서불안, 그리고 폭력성을 보이는 이유다.
유아의 두뇌가 좋아지도록 맘껏 뛰놀게 하자. “그들에게 놀이만큼 좋은 학습은 없다”하는 것이 국내외 유아교육학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럼 어떤 놀이가 좋을까. 아이가 스스로 즐겁게 놀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좋다. 그럼에도 전문가 입장에서 두 가지를 권한다. 하나는 조작운동이다. 팔다리를 함께 움직여 물체를 다루는 운동이다. 공놀이를 예로 들 수 있다. 아이랑 여러 동작으로 공을 주고받아보자. 또 공을 들거나 차며 걷고 달리게 해보자. 이런 활동은 아이의 대뇌피질에 긍정적 자극을 준다.
다른 하나는 감각활동이다. 공놀이만으로도 청각 촉각 시각을 자극할 수 있다. 아이에게 다양한 신호를 보내며 공놀이를 해보자. “잡아라.” “던져라.” “아래로.” “위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부모의 신호에 반응하며 아이는 방향과 공간의 감각을 키운다. 상큼한 피톤치드나 풀 내음이 가득한 숲속에서 뛰어논다면 후각까지 훌쩍 좋아지지 않을까.
부산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