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  |   입력 : 2020-11-12 19:05:0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의료서비스는 질병의 종류에 따라 이용에 적합한 의료기관이 구분된다. 대체로 3단계 의료공급체계(의원-지역병원-대형병원)가 일반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모든 종류의 의료기관들이 무차별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동네의원에서 치료 가능한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바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다. 동네의원들은 이런 무차별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한 투자와 진료를 감행하기도 한다. 결국, 이런 의료공급체계는 낭비적이고 시대의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림 서상균
고령화의 진전과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라 급성에서 복합 만성으로 질병의 양상이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커졌고, 존엄한 노후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여기에 부응하려면 보건의료 제공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국민의료비 수준을 고려할 때, 현행 의료공급체계는 지속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러므로 의료공급체계의 거대한 전환이 불가피하다. 즉, 의료 제공의 패러다임을 ‘병원 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의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동네의원의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데, 동네의원이 ‘지역사회 의료’를 책임지도록 제도화하는 게 옳다.

지역사회에는 수많은 건강과 질병 문제가 존재한다. 게다가 이는 주민의 경제사회적 여건과 건강생활실천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럼에도 건강과 질병의 스펙트럼에서 명백하게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만 동네의원을 방문한다. 건강과 질병 문제에 직면한 주민들 중의 일부만이 동네의원과 접촉한다는 뜻이다. 시장주의 의료제도의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의사들이 지역사회와 주민의 삶·건강·질병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없다. 즉, ‘지역사회 의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도 이제 선진 복지국가들처럼 ‘병원 의료’와 구별되는 ‘지역사회 의료’를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장차 동네의원은 찾아오는 환자의 진료를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 향상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게 지역사회 ‘주치의’ 역할인데, 건강증진, 질병예방, 질병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 신체적·정신적 재활, 직업·사회생활 복귀, 만성 질환의 관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동네의원의 절반 정도가 지역사회의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기에 적합한 일차의료 동네의원(가정의학과, 내과, 소아과, 일반외과 등)이고, 나머지는 안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의 단과전문 동네의원이다.

일차의료 동네의원이 지역의 전문의들과 연계해 전문 진료를 자문·의뢰로 해결토록 하면 중증이 아닌 대부분의 질병은 지역사회 내에서 해결된다.

정부는 2019년 6월부터 ‘커뮤니티 케어’ 선도 사업을 16곳의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살던 곳에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각자의 욕구에 맞는 각종 서비스를 연계하고 통합적으로 제공하려는 지역사회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이는 초고령사회에서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커뮤니티 케어의 4대 핵심 요소는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연계인데, 건강·의료(방문의료, 만성질환 예방·관리, 병·의원 연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지역사회 의료’와 ‘주치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지역사회 의료’의 확립 정도가 커뮤니티 케어의 성패를 좌우한다. 가령, 대형병원에서 치료받는 뇌졸중 환자는 입원으로 더 이상의 건강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지역사회와 가정으로 돌아오는 게 논리적으로 옳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집으로 돌아오면 거동불편 환자에게 의료서비스 이용의 공백이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인데, 이는 지역사회 의료가 확립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그러므로 지역사회 의료의 제도화를 통해 동네의원이 커뮤니티 케어 대상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만성질환자들의 건강·질병 상태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갖추어지면, 원격의료 도입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다. 즉, 지역사회 의료가 확립되면 원격의료 같은 디지털 경제의 첨단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건강증진과 보건의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자는 주장을 누구라도 거부하긴 어렵다. 게다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치사회적 요구도 반영하는 게 옳다. 결국,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원격의료 도입 방안으로 지역사회 의료 체계의 동네의원이 원격의료를 활용토록 하자는 것인데, 먼저 커뮤니티 케어 대상자와 거동 불편 인구에게 원격의료를 적용하는 게 좋겠다.

장차 지역사회 의료 체계가 확립되면 우리나라도 동네의원에 여러 명의 의사가 근무하게 될 것이고, 방문의료와 함께 원격의료가 실시될 것이다. 동네의원에 속한 원격의료센터에서는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 상담을 진행하고 현장의 방문간호사와 연계해 의료적 처치·처방을 원격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동네의원에게도 유리한 방안이다. 거동 불편 환자를 매번 방문하는 것보다 간헐적 방문과 원격의료를 배합하는 것이 더 효과적·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의료가 확립된 선진 복지국가에선 이미 동네의원 주도로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있다.

원격의료 시행 주체에서 대형병원은 제외해야 한다. 원격의료 기술은 지역사회 의료 체계의 확립과 효과·효율성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게 옳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에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지역사회 의료 체계와 동네의원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고 의료 영리화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럴 경우, 지역사회 의료에 근거한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적 발전과 이를 통한 지속가능한 복지·경제 체제 확립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원격의료는 지역사회 의료 체계에 속한 동네의원과 요양병원(일차의료 지역병원 포함)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게 옳다. 이렇게 하면, 원격의료 반대 이유의 대부분은 제거되고, 첨단 기술의 활용이라는 선한 면만 남게 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8. 8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9. 9[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9. 9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10. 10캐릭터로 동심 공략하고, 어른 향수도 자극하고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7. 7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