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가수 마돈나는 18세기에 지어진 포르투갈 리스본의 고풍스런 궁전을 3년전 사들였다. 휴식 요가 파티가 있는 그녀의 럭셔리 삶에 세인의 호기심이 쏟아졌다. 욕실만 7개 딸린 이 고성의 가격은 100억여 원. 하지만 유럽의 성이라고 모두 이렇게 비싼 건 아니다. 규모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부산 해운대 아파트 한채 값이면 살 수 있는 곳도 있다. 젊은 상속자들이 관리비나 유지보수비를 감당하지 못해 매물이 적잖게 나온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는 국내도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9년 말 현재 부산에서 외국인이 가진 토지는 482만5000㎡이나 된다. 영도 3분의 1 면적이다. 공시지가로 2조 원이 넘는다. 2년 전 전수조사에서 외국인 명의의 가장 넓은 땅이 있는 곳은 부산 금정구였다. 30대 미국인이 보유한 면적이 81만㎡이나 됐다. 과거엔 교포가 다수였으나 최근엔 순수 외국인이 늘었다. 중국인이 많다. 중국은 국적별 순위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번째였지만 얼마전 2위로 올라섰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땅은 사용권만 인정될 뿐 모두 국가 소유다. 그런 중국인이 다른 나라의 토지를 명품 쇼핑하듯 매입하는 모습을 보는 해당국 국민의 시선은 복잡하다.
1966년부터 60년 가까이 부산 사하구 구평동을 지켜왔던 철강회사 YK스틸이 충남 당진으로 이전한다. 공장을 에워싼 아파트 때문에 민원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YK스틸은 IMF 사태의 서막을 연 한보철강의 부산제강소가 전신이다. 2002년 일본 야마토공업그룹이 인수해 20여년 운영하다 최근 대한제강에 넘어갔다. YK스틸이 당진으로 가더라도 토지는 여전히 야마토공업 소유다. 부지의 향후 개발 방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강렬한 식민지의 기억 때문일까. 한국과 일본은 자국 내 상대국 국민의 토지 소유 문제에 상당히 예민한 편이다. 수년 전 일본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가 민주당 대표 시절 “엔고를 이용해 제주도를 사버리자”고 했다가 제주도민이 망언이라며 들고 일어났던 일이 있다. 이후 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은 “한국인들이 대마도 땅을 다 사들인다”며 경계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구평동 YK스틸 부지에 새로운 공장이 들어설 확률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아파트 등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야마토공업의 땅에 대한 권리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한 지가 급등의 수혜자가 결과적으로 일본 기업이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