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씨는 좋겠다. 아들을 안은 엄마의 환한 모습만큼이나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넘어 온 나라가 들썩인다. 여야 의원까지 나서 덕담을 아끼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일본에서 건너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라서가 아니다. 그가 선택한 엄마가 되는 방식, 즉 정자 기증을 통한 출산과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선언 덕분이다. 그는 자발적 비혼모가 됐다. 결혼하지 않고 스스로 아이를 가지길 원했고, 일본에서 소원을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한영애 정책위원장은 “대한민국이 더 열린 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 시술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는 사유리 씨의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렸는지 모를 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거래한다. 공여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원하는 사람이 선택한다. 우리나라는 미혼 여성이라면 정자은행 이용이 불가능하다. 기혼이고 남편이 무정자증으로 치유가 불가능할 때만 부부의 동의를 거쳐 정자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윤리적 보호막이 강하고 이혼한다면 친권을 어떻게 하느냐는 등 고려사항도 있다. 정자 거래 대신 공여 방식을 이용하고 공여자의 신원을 비밀에 부치는 이유다. 태어날 아이의 정체성을 감안해 공여자의 혈액형을 살피는 정도다.
세상이 변하는 이상으로 가족 제도가 급변한다. 벨기에 스웨덴 프랑스 등 이미 동성혼을 허용한 나라가 많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공고하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하고 이혼율이 25%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는 사유리 씨의 당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미혼모 미혼부 숫자는 3만3000명 가량이며, 그 중 미혼모는 2만4000명, 미혼부는 9000명 수준이다. 결혼해야 하지만 ‘아직’하지 않았다는 도덕적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 미혼모냐 비혼모냐는 용어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정상 가족 밖 입양 가족, 동거 가족, 조손 가족, 동성결혼 가족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런 상태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정상 가족만큼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이해하고 제도적으로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유리 씨가 방아쇠를 당겼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