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한 사람의 영혼이 담긴 전자 일기장이다. 임의제출 요건에 맞지 않게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법조문에도 없는 ‘수색’을 한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용이 전부 지방검찰청 또는 지방경찰청 전산망에 복사된다. 선별된 자료를 토대로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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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서상균 기자 |
도시철도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여성 신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했다는 혐의로 현행범인으로 체포됐다. 임의제출 방식으로 휴대전화가 압수됐다. 휴대전화 임의제출 절차가 논란이 되었다. 의정부지법은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인정했다. 제2심 법원은 정반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휴대전화에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수색을 허용함으로써, 수사기관은 현행범이 임의제출한 증거물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하고 있다. 추후에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 등 긴급압수물에 대한 사후 영장제도를 형해화한다. 수사기관은 현행범에게서 증거물을 압수·수색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긴급압수한 후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내에 사후영장을 발부받으면 된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현행범 체포·범죄 현장에서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근거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 경우 검사·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년 11월 14일 선고 ‘2019도13290’ 판결)는 것이다. 이 판결은 잘못됐다. 헌법 정신을 잊은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강제처분 영장주의를 천명한다. “체포·구속·압수·수색할 때 적법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을 때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정신이 구체화 된 것이 형사소송법이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정황이 있는 경우,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 검사는 지방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영장을 발부받아야 압수·수색·검증할 수 있다. 사전영장제도다.
형사소송법 제216조는 검사·사법경찰관이 체포·구속하는 경우, 필요한 때 영장 없이 체포 현장에서 또는 구속영장 집행 과정에서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다.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이 절차를 위반하면 위법 수사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형사소송법은 제215조→제216조→제217조→제218조 순으로 적용하도록 입법됐다. 사전영장이 원칙이고, 임의제출은 예외 규정이다. 검사·사법경찰관은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에 대해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제218조). 여기서 임의란 비강제성 자율이다. 체포된 순간 자율 상황은 끝난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수사기관에 휴대전화를 내놓는다. 그래서 무영장 압수는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 이것이 헌법 영장주의 정신이다. 사안이 215·216·217조 요건을 충족하면, 218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범인에게 임의제출 방식 압수를 허용하면, 215조→216조→217조→218조 체계는 무너진다. 미국과 독일은 휴대전화 전자정보 탐색에 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 법원이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고, 수색 범위와 방법을 특정한다. 사법 통제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수사 구조가 대폭 바뀐다. 잘못된 수사 관행은 고쳐야 한다. 헌법정신과 형사소송법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과필개 득능막망(知過必改 得能莫忘). 대법원 ‘2019도13290’ 판례는 변경돼야 한다. 헌법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 논쟁은 그만하자. 형사소송법은 피의자·피고인을 위한 권리장전이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