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목포 덕인집 홍어

  •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0-11-18 19:38:4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목포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음식점이 ‘덕인집’이다. ‘홍어부심’이 대단한 목포 토박이들이 인정하는 홍어집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굳이 국산이냐 수입이냐 따질 필요가 없다. 흑산도산 홍어가 없으면 안파는 경우는 있어도 장난은 치지 않는다. 목포에서 그랬다간 당장 장사 접고 동네를 떠야 한다.

목포 덕인집의 홍어 한 접시.
인간의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절대미각은 절대로 없다. 나는 내 미각을 늘 의심한다. 부단히 단련할 따름이다. 특정 음식에 대한 진정한 맛을 깨치려면 일단은 자주 먹어봐야 한다. 미각 훈련의 유일한 왕도는 토박이 옆에 바짝 붙어 열심히 흉내 내는 것이다.

잘 익은 포도에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라는 하얀 곰팡이가 피는 경우가 있다. 이 곰팡이는 포도송이의 수분을 빼앗아 버린다. 그럼 아주 당도가 높은 과육만 남는다. 이런 포도만 따서 만든 것을 ‘귀부와인’이라고 한다. 이때 귀부(貴腐)란 영어의‘noble rot(고귀한 부패)’을 직역한 단어다. 부패에는 엄연한 등급이 있다. 썩어서 못 먹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썩었기 때문에 존재가치가 증명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쏘떼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샤또 디껨’이라는 귀부와인은 세계 최고 와인으로 손꼽힐 정도다. 귀부라는 단어 자체도 모순이거니와 부패해서 최고의 와인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 자체도 모순이다.

홍어는 껍질에 끈적끈적한 액체가 많이 묻어 있을수록 신선한 것으로 친다. 한데 이 액체의 정체가 수상쩍다. 동물은 몸속 노폐물인 요소를 오줌으로 내보내게 되는데, 홍어는 특이하게 피부로 내보낸다. 그 요소가 발효하면 암모니아가 발생하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원래 암모니아는 독성을 지니므로 이건 발효가 아니라 부패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홍어의 경우는 오히려 인체에 유해한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홍어는 상온에서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 유해한 암모니아 덕분에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특유의 냄새와 육질을 만들어 내니 이 또한 모순이다. 그래서 홍어를 두고 ‘역겨워야 완성되는 역설의 미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경상도 출신인 나는 스물아홉 살 때 홍어를 처음 접했다. 시작부터 삼합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신 김치나 돼지고기 수육이 삭힌 홍어 본연의 맛과 향 그리고 육질을 방해하는 게 싫었다. 오로지 홍어만을 시큼한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는 것만 고집했다. 삭힌 홍어의 매운 알싸함이 폭풍처럼 밀려오는 그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첫 경험 이후로 정말 부지런히 홍어를 먹었다.

하지만 홍어의 진정한 맛을 발견한 것은 마흔이 넘어 처음 가본 ‘덕인집’에서였다. 평생 홍어를 먹어 온 목포 토박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 그 말들이 흩어지고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정서 속에서 나는 홍어를 다시 배운다. 머리로 맛을 논하는 건 진즉 집어치웠다. 향토음식은 그 음식이 잉태되고 뿌리내린 곳의 정서까지 함께 먹어야 온전히 내게로 온다.음식은 움직이는 게 아니다. 음식이 사람을 쫓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음식을 쫓아오도록 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향토음식 마케팅의 단 하나의 원칙이다. 그래야 지역이 산다.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8. 8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9. 9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0. 10"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9. 9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7. 7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8. 8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주당 ‘13.7시간’ 고용
발가벗겨진 사우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미래대응기금, 지방재정 기반 흔들어선 안 된다
단일종목 ETF 졸속 심사 인정…책임 소재 밝혀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문화예술의 시대
다민족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