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금단 현상일까. 임기 말의 권력자는 침울하다. “자기 교수대가 만들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사형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34대 미국 대통령인 아이젠하워가 백악관 앞에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케네디의 취임식 무대가 설치되는 것을 보며 한 말에서 그 심경이 잘 드러난다. “사람들은 내가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될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직 꽥꽥거릴 수 있는 시간을 10주나 갖고 있다.”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은 2000년 11월 부시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애써 레임덕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또한 레임덕을 의식한 자위성 발언일 뿐이다.
클린턴에게 그런 불안감을 안겨준 부시 역시 레임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외려 앞선 대통령들보다 더 심한 레임덕을 겪었다. 그가 퇴임하기 전인 2009년 1월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자, 미 언론들은 이를 “레임덕을 넘어선 브로큰덕(broken duck)”이라고 했다. 레임덕의 오리는 절름거리긴 해도 걸을 수는 있지만, 브로큰덕은 ‘다리가 부러진 오리’여서 아예 걸을 수가 없으니 그 레임덕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랬던 부시의 레임덕도 트럼프 대통령에 비하면 약과인 것 같다. 트럼프 레임덕의 원인은 순전히 자신에게 있다. 선거 불복을 고집하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에 협조하지 않는 바람에 코로나19 방역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존스홉킨스의대 통계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100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난 한 주의 하루 평균 사망자는 1100명이 넘는다. 방역 전문가들은 “앞으로 두 달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레임덕을 ‘무자비한 레임덕’이라고 규정하는 이유의 하나다.
트럼프 레임덕의 피해는 미국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선 패배가 확정된 뒤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참모들에게 요청했다는 보도에서 그 단면을 확인한다. 다행히 확전을 우려한 참모들의 만류로 미수에 그쳤지만, 실행했다면 중동전쟁이 재발됐을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하기도 했다. 인종차별 반대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하려는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도 닥칠 수 있는 레임덕이다.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해제 법안’ 제정 추진 등 추미애 법무장관의 무리한 행태에서 그 조짐을 본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