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孤獨死). 가족과 친지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혼자 살다 쓸쓸하게 맞는 죽음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이후 ‘나홀로 죽음’이 급증한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영어권에서도 고독사를 뜻하는 일본어 ‘코도쿠시(こどくし)’를 번역하지 않고 발음 그대로 ‘kodokushi’라고 표기한다. 이 용어의 출전은 기원전 290년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맹자’다. 맹자는 왕도(王道)정치에 관한 제선왕의 물음에 “홀아비(鰥·환), 과부(寡·과), 고아(孤), 자식 없는 늙은이(獨)는 천하에 의지할 데 없는 궁벽한 백성들이라 잘 돌봐야 한다”고 답했다. ‘고독’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인 셈이다.
일본의 고독사는 연간 3만 건을 웃돈다. 고독사가 이리 많은 건 혼자 사는 1인 가구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에 이미 28%에 달했고, 현재는 35%로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함께 사는 가족이 있는데도 숨진 지 한참 지나서야 사망 사실이 알려지는 ‘동거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도쿄 도심부인 23구 지역에서만 163건의 동거 고독사가 발생했다. 2003년(68건)의 2.4배 수준이다. 시신을 발견하기까지 최소 4일 이상 걸렸고, 한 달 넘은 경우도 24건이나 됐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일본 인구 5명 중 1명이 70세 이상인 데다, 치매 환자 중 65세 이상이 2025년이면 2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될 만큼 많아서다. 동거인의 사망도 모른 채 살아가는 치매 환자가 드물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고독한 군중’에서 설파한, 타인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고립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말로를 보는 듯하다. 일본의 동거 고독사 증가는 우리 사회에도 머잖아 나타날 현상이다. 2017년 65세 이상 비율이 14%를 초과하는 고령사회에 들어선 데다, 치매 환자도 지난해 79만9000명으로 10년 전인 2009년(18만8000명)보다 4배 이상 늘어나서다. 특히 65세 이상은 10명 중 1명 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이젠 고독사를 넘어 동거 고독사에 대비해야 할 때다.
최선의 대안은 관심이다.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주장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인식과 실천을 하려면 관심이 필요하다. 맹자의 말대로 고독한 백성을 돌보는 왕도정치를 펴려면 민생에 대한 관심부터 가져야 한다. 동거 고독사 예방 또한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