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보드카 회사인 ‘앱솔루트’는 1979년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제와 미국제에 밀려 3위도 겨우 지키는 수준이었다. 고민하던 유통 담당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에게 앱솔루트병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술과 예술, 그 성공적인 콜라보의 시작이었다. 이후 앱솔루트는 미국 그래피티 작가 키스 해링,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등을 만나 매번 새로운 상표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국에 출시할 때는 한국 작가들과 협업했다. 이렇게 앱솔루트는 코카 콜라와 함께 아트 콜라보의 대명사가 되었다.
콜라보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줄임말로, 제휴 협업 합작 등을 뜻한다. 하지만 요즘 콜라보는 단순한 이종간의 결합 이상이다. 주체의 이질성이 강할수록 시너지는 더 크다. 옷이 우유나 밀가루를 만나고 심지어 보일러와 결합하기도 한다. 술과 금융이 더해지고 아이스크림과 신발이 붙고 우유와 화장품이 뭉친다. 완전히 다른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분야가 손을 잡으니 소비자에겐 재미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이 시멘트 제조업체인 성신양회와 함께 ‘천마표시멘트팝콘’을 최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포장지가 천마표시멘트 포대 자루와 똑같다. 자세히 보면 시멘트가 아니라 바삭한 팝콘이 그려져있다. 내용물인 팝콘은 시멘트가루 느낌의 거무스름한 색이다. 다만 맛만은 일반적인 팝콘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성신양회는 얼마 전 가방 브랜드와 콜라보 작품을 선보였고, 세븐일레븐은 골뱅이 회사와 합작해 골뱅이맥주를 내놓기도 했다.
전혀 관련 없는 것끼리의 융합이 신선한 아이디어가 되는 현상을 ‘메디치 효과’라고 한다. 15세기 유럽의 예술 철학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교류하면서 르네상스를 꽃피운 데서 유래했다. 최근 공연과 광고업계에서 대박을 터뜨린 이날치밴드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콜라보도 메디치 효과의 사례일 것이다. 국악을 재해석한 이날치밴드, 딱히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몸짓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각자의 존재 자체가 사실은 콜라보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콜라보가 다시 콜라보를 일으키니 재미 개성 세련미에 레트로 감성까지 더해진, 완전히 새로운 창조물이 되었다. 장르 영역 격식의 파괴에다 의외의 조합과 뒤섞임이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소소한 위안을 준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