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운하 건설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 정부가 추진력을 상실해 갈 무렵 이 대통령이 부산시청을 방문해 지역 현안을 청취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부산시가 산업용지가 없어 기업이 떠나고, 그로 인해 인구도 감소해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그린벨트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보면서 그때 내가 ‘부산시장이라면’ 어떻게 건의하였을까를 생각해봤다.
만약 그때 이 대통령에게 “우선 부산 울산 경남 및 대구 경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협의해 낙동강 하구에서 삼랑진, 구미까지라도 과거 뱃길을 복원한 운하를 건설해 하구둑을 만들어 주변 대지를 정비하면 부족한 산업용지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내륙지 물류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낙동강 수질 문제, 해양오염의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건의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고 하지만 가덕신공항 문제가 다시 대두되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 그렇게 추진되었더라면 지금 자연스럽게 ‘가덕도 신공항’으로 갈 수 있고 동남권과 대구·경북지역이 갈등 관계가 아닌 균형 성장의 동반 관계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또, 수도권 집중화 현상도 완화시키고 세계를 향한 중심지역이 되지 않았겠는가.
중앙정부가 좋은 소재(낙동강 대대적 정비)를 주었는데도 상상력 결여로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결과 천혜의 조건을 갖춘 부산은 바다와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울만 바라보는 낙후된 지역으로 남았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독일의 라인강, 런던의 템즈강, 프랑스의 센느강을 보면 그 주변을 산업단지로 활용하면서 아주 큰 선박이 접안해 하역 작업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항만을 중심으로 하는 해운물류와 공항을 중심으로 하는 항공물류가 24시간 동시 운영체제로 가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소비자의 요구와 트랜드가 급변하는 시대에 항공물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산신항과 가까운 가덕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 정책의 전환이라 생각해 격하게 환영한다.
이제 부산지역은 쓸데없는 공론을 접고 오직 부산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 부산을 부산답게 하는 길이 무엇인가에 담론을 모아야 할 때다.
비견한 예로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도 중앙 정부에서 2015년에 17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해 주었는데도 현대화 사업의 주체가 부산시가 되어야 하느냐, 민간단체인 공동어시장이 되어야 하느냐를 두고 논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 바람에 현대화 사업의 핵심인 ‘시장이 어떤 기능을 하도록 지을 것인가’에 제대로 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시장은 장소 개념이 아니라 거래가 이루어지는 관념적인 개념으로 변화된 지가 오래 되었는데도 이미 실패한 감천항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 건설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아직도 시장을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고로 어업 선진국인 노르웨이는 한국과 같은 ‘어시장’이 없다. 전자 옥션으로 선박과 중매인들을 연결하여 하루 네 차례씩 사이버 공간에서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가덕신공항 사업은 공항 건설이라는 단일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낙동강 벨트 정비사업과 연계해 추진했으면 한다. 낙동강 주변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면 산업 물류 주거 관광용지를 확보할 수 있고 낙동강의 수질 개선 문제, 낙동강으로 유입돼 바다로 쏟아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내륙 물류를 부산신항 및 가덕신공항까지 신속하게 이어지게 할 수 있다.
이는 부산 울산 경남과 대구 내륙지역 간 연대 및 동반 성장은 물론 낙동강 정비 사업으로 채취한 모래 자갈을 가덕신공항 부지 매립용으로 사용하면 바다모래까지 보존할 수 있어 실로 1석 6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 수협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