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처럼 둥근 지구별에서 대한민국 정반대편에 아르헨티나가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강국. 남미 축구가 강한 이유는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에서 찾는 것이 정설이다. 스페인 포르투갈의 압정에 시달리던 원주민들은 맨발로 야자열매 같은 것을 차면서 설움을 견뎠다고 한다. 그렇게 형성된 특유의 개인기와 발 재간이 현대 남미 기술축구의 원형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1930년 제1회 축구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이래 리오넬 메시를 품고 있는 오늘날까지 강호의 지위를 잃은 적이 없다.
그런 아르헨티나지만 1974년 제10회 서독월드컵까지는 우승을 하지 못한 ‘종이 호랑이’ 신세였다. 그리고 마침내 1978년 자국 대회에서 세사르 메노티 감독의 지휘 아래 우승의 꿈을 이루고, 대표팀 유니폼 가슴에 첫 번째 ‘별’을 그려넣었다. 군부독재의 폭정에 신음하던 아르헨티나 국민은 열정적으로 탱고를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대회 공인구 이름 역시 아디다스 ‘탱고’였다. 1978년은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배우로 유명한 에바 페론의 이야기를 담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에비타’가 런던 웨스트앤드에서 초연된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승부 조작과 심판 매수, 조편성 부정, 살해 협박 등 숱한 시비거리를 남긴 이 대회의 우승을 두고 세계 축구계와 언론들은 “개최국 독재정권의 강탈사건”이라고 힐난했다. 우승 직후 메노티 감독이 목숨을 걸고 군부독재자 호르헤 비델라의 악수를 거부한 일화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별’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8년 뒤 아르헨인들의 구겨진 자존심을 펴주고, 폭정에 시달린 국민에게 진짜 별을 따 준 이가 바로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였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우승. 특히 그가 ‘신의 손’ 골을 포함해 두 골을 넣고 ‘거함’ 잉글랜드를 침몰시킨 8강전은 백미다. 4년 전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 패배의 치욕을 갚아준 마라도나는 국민영웅이 됐다. 그런 그가 어제 향년 6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아직 2개 뿐인 대표팀 유니폼 ‘우승 별’과 별개로 국민의 가슴 속에 세 번째 별이 된 것이다. 아르헨 정부는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시신도 대통령궁에 안치한다. 마라도나가 아직은 에바 페론과 체 게바라, 단 두 사람의 초상화만 걸려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 1층 회랑에 세 번째 초상화의 주인공이 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Don’t cry for me Argentina!’. 곡조가 ‘아련’하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