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매일 아침 도시철도로 출퇴근하며 부전지하상가 분수대 주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본다. 저분들도 도시철도를 타고 이곳까지 왔으리라 짐작하며 어르신에게 도시철도가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도시철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본다.
2020년 8월 기준 65세 이상 부산시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9%로 전국 특·광역시 중 제일 이른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로 공익서비스 비용은 가중돼 도시철도 재정은 어려워졌다. 2019년 당기순손실 1525억 원의 91.5%가 법정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유료 승객이 급감해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3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시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공익서비스 비용 보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공익서비스 비용 증가로 부산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 도시철도 기관의 무임 손실 규모는 2019년 6455억 원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누적된 손실로 안전시설의 재투자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익서비스 비용으로 쌓이는 적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법정 공익서비스 비용을 정부가 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도시철도의 사정을 애써 외면한다. 도시철도는 지자체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을 합리적 근거와 논리로 반박하고자 한다. 첫째,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제도로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국가유공자법 등 법령에 근거해 시행하는 것이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정부를 대신해 사회적 편의를 제공하는 셈이다. 운영자의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해당 서비스를 요구한 국가가 보전하는 게 마땅하다.
둘째, 국가 공기업인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도시철도에는 무임손실 비용을 국비로 보전하면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에 보전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셋째, 공익서비스 비용의 정부 보전은 광역도시철도의 경영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영 의지마저 꺾는다. 결국, 공익서비스 비용을 정부가 책임 있게 보전해 주는 것만이 효율적인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그동안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매년 꾸준히 정부에 공익서비스 비용에 국비 보전을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 4일 도시철도 공익서비스 비용 시민토론회를 국회 도서관에서 열고 국비 보전 원칙 아래 정부 지원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다행히 지난 8월부터 이은주 의원 등 29명의 국회의원이 법정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한 국비 보전 근거 마련을 위해 도시철도법 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해 법률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문화발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공익서비스 국비 지원 법제화와 관련한 시민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70.7%가 무임수송 비용을 국가가 50% 이상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시민이 더는 공익서비스 비용을 도시철도 운영기관에게만 전담하지 않길 바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통약자에 대한 공익서비스 비용은 그 편익이 무임수송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사회 활동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편익이 크다. 따라서, 사회 취약계층인 노인 장애인 등의 이동권 및 건강권 보장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는 교통공익 서비스로부터 실현될 수 있다. 단순히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손실 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닌 국민의 건강한 삶과 사회활동 보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무임 이동 수단의 존재는 노인 등 교통약자에게 활력이 되는 벗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확신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가칭)경로우대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관계 부처, 전문가, 이해 관계자 등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부산교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