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해체를 총괄하는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 건립에 시동이 걸렸다. 총 5개 동(연면적 1만9789㎡) 중 일반 건물 3개 동에 대한 설계를 내달 착수한다고 한다. 일반 건물은 내년 10월 착공해 2023년 4월 완공할 예정이다. 나머지 방사선 관리시설 2개 동은 2022년 9월 공사에 들어가 2024년 3월 마칠 계획이다.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하는 2024년 하반기에 원해연을 가동한다는 구상 아래 마련한 시공 일정이다. 탈원전 길목에 들어선 셈이다.
원해연 설립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국내 원전의 안전한 해체와 글로벌 해체시장의 선점이다. 글로벌 원전해체시장 선점은 경쟁력 있는 해체기술을 터득해야만 가능하다. 원해연 설립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료 등 공공기관과 정부, 부산·울산·경주시 등 지자체가 거국적인 협력에 나선 이유다. 총 사업비 3223억 원을 이들이 분담한다. 세계 원전해체시장은 장기적으로 44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1960~1980년대 건설한 원전의 사용기한이 다가오면서 해체해야 할 원전이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이후 216기로 점차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해연의 순조로운 건립과 가동에 미래 먹거리가 달려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세계 원전해체시장의 1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따라서 그 목표 달성의 중심축인 원해연 건립은 조금의 차질도 없이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관건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통과다. 한수원은 2022년 예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탈원전을 국정의 핵심 정책으로 내건 정부에서 원해연 건립의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건 자기모순이다. ‘그린뉴딜’ 공염불을 되뇌는 코미디나 다름없다. 그러나 예타는 정책의 합리성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 개별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과정이어서 내용이 미비하면 얼마든지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 내용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기술을 축적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면서 그 브레인인 원해연을 건립하는 계획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원해연이 예타를 통과해 무난히 건립되려면, 현재 서울에 위치한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원해연이 들어서는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원전과 원해연이 있는 곳에 안전 컨트롤타워인 원안위가 함께 자리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부산·울산·경남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미 원안위 이전 장소를 원전 반경 30㎞ 이내로 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부산 기장군은 원안위 이전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제 원해연의 차질 없는 건립, 원안위의 원해연 옆 이전이 성사되도록 힘을 모으는 일만 남았다. 여야를 망라한 당정의 적극적인 협력은 물론이다. 그것이 바로 탈원전 미래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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