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시도를 둘러싼 갈등이 블랙홀로 변해가고 있다. 갈등의 범위가 추·윤 양자와 법무부·검찰을 벗어나 법원·감찰위원회·시민사회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여야의 첨예한 정치적 쟁점으로 불거졌다. 이 때문에 검찰개혁의 대의는 물론 코로나 정국의 각종 민생 현안까지 빨아들일 기세다. 문재인 정부의 조기 레임덕 우려마저 나온다. 4일로 연기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개최를 강행할 경우, 추·윤의 극한대립에 따른 혼란 증폭이 불가피해서다.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결단이 필요하다.
징계위 개최 명분은 시들해졌다. “추 장관이 든 징계 사유가 실체가 없고, 충분한 해명 기회도 주지 않는 등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감찰위의 판단이 가장 큰 근거다. ‘판사 사찰’을 비롯한 6가지 혐의로 윤 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하면서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은 회부 이후에 하는 등 앞뒤가 뒤바뀐 법집행이 대표적인 절차적 흠결이다. 대검 감찰부가 판사 사찰 의혹을 수사하면서 대검차장의 결재 없이 압수수색을 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제기돼 대검 인권정책관실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흠결은 수두룩하다. 법원이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의 취지를 몰각했다”며 윤 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무배제나 징계회부나 사유는 동일해 직무배제의 부당성은 징계회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징계위 개최를 강행할 방침이다. 징계 청구자인 추 장관 대신 징계위원장을 맡아야 할 고기영 법무차관이 사직하면서 당초 지난 2일 열릴 예정이던 징계위가 이틀 미뤄져 징계위 철회 등 전향적 변화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고 전 차관의 사직 하루만에 이용구 변호사를 새 차관에 내정함으로써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징계위에서 해임·파면 등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져 추 장관의 제청을 거쳐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윤 총장은 징계 집행정지 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직무배제 집행정지 판결에서 보듯, 법원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줄 개연성이 높다. 이럴 경우 그로 인한 최종 책임은 문 대통령이 져야 한다. 레임덕의 시작이다.
사정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검찰에 밀리면 끝장이다” “윤 총장이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먼저 물러나는 일은 절대 없다”고 한다. 법원과 감찰위의 결정은 아랑곳없다. 논리도 원칙도 통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절차적 정당성은 관심 밖이다. 여기서 밀리면 재집권은 어렵다는 정권 안보 의지만 두드러진다. 이대로 가면 정치권·검찰·국민 모두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치킨 게임’이 낳은 블랙홀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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