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신년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4월에 예정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을 각색한 오페라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코로나19의 첫 소식을 전해 들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성악가와 오케스트라의 연습과 신문 광고를 통한 공연 홍보에 열중하던 시기, 대구 신천지 교회의 확산으로 인해 공연장이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5년 동안 클래식 공연을 하면서 한 번도 이러한 상황이 없었으며, 사스와 메르스가 유행할 때에도 공연 약속을 지켰던 필자로서는 초유의 팬데믹(pandemic)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5, 6월에 계획했던 실내악 생상스와 브람스의 밤, 제갈삼 교수 기네스 음악회는 코로나 사태가 조금 잠잠해진 7월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장 좌석을 띄어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 필자와 같은 공연기획자 입장에서는 객석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적 타격이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공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는데, 8월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발생한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으로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적용돼 다시금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한 해를 돌아보고 마무리하는 송년음악회를 12월에 준비했다.
올해 송년음악회는 화려함보다는 힘겨웠던 올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롭게 찾아 올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전통 클래식에 세미 클래식을 가미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수도권과 지방에서의 코로나 환자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돼 공연을 내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후 많은 공연과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영상에서 느낄 수 없는, 공연장을 직접 찾아 연주자의 땀방울과 숨소리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공연을 감상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들과 공연기획자들에게 현 상황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만들며 후원과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시민 역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아낌없는 후원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헤겔은 “예술은 인간의 가장 우수한 정신이 감각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예술가가 있는 한 예술은 있고, 예술이 있는 한 내일이 있다.
14세기 흑사병이 강타한 팬데믹(pandemic) 이후 문예부흥시대인 르네상스가 도래했고, 천연두와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던 시기에도 많은 발명품과 훌륭한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예술은 비일상적인 행위로 스스로 자신을 발견하고, 위로받고, 치료받고 또 새로운 희망을 얻는 것이다. “때로는 그 순간 아프고 힘이 들어도 결국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예술을 통하여 ‘또 다른 내일의 태양’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치지 않고 이 시간을 견뎠으면 좋겠고, 좋은 날 얼굴을 마주하고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하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부산시에서는 내년도 문화예술과 지역축제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어떤 행사는 올해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재정적인 지원 못지않게 시민의 후원과 동참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부산에선 오페라단, 오케스트라단, 합창단, 극단, 실내악단 등 크고 작은 공연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단체마다 시민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이러한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때 부산이 문화의 불모지가 아닌 문화의 중심도시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런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12월에 열리지 못한 송년음악회의 아쉬움을 2021년 멋진 신년음악회로 관객들을 찾아 갈 것이다.
부산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