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은 의학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학문이다. 그 자취는 기원전 800~700년대를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도 남아 있다. 목동자리, 오리온자리, 큰개자리. 큰곰자리 등 별자리가 그것이다. 호메로스와 생존 시·공간이 겹치는 헤시오도스도 시 ‘일과 나날’에서 목동자리의 알파별에 아크투루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플라톤은 저서 ‘국가’에서 산술·기하·음악과 함께 천문학을 철학 교육의 4대 기초학문으로 꼽기도 했다.
하늘에 대한 궁금증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성을 지닌 외계 생명체 탐구로 이어졌다.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산다는 건 심각한 공간 낭비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품고 관련 연구에 평생을 바친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전적 소설 ‘콘택트’에서 연구 결과를 감동적으로 형상화했다. 소설에서 주인공 엘리는 베가성(직녀성)으로부터 디지털 신호를 받는다. 그 신호는 은하계를 왕래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만드는 설계도였다. “너무 아름다워. 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 왔어야 했어.” 그 운송수단을 타고 여러 개의 웜홀(우주 지름길)을 거쳐 도착한 베가성은 만물이 천연의 빛깔로 생동하는 낙원이었다.
세이건의 마음은 만인을 대변한다. 지상의 한계를 하늘의 가능성과 꿈으로 극복하려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다. 그는 ‘창백한 푸른 점’이란 슬픈 개념으로 지구의 한계를 규정했다.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서로를 오해하고 서로를 죽이려고 애를 써왔던,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세이건의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 소설과 영화의 무대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다. 세이건은 1963년 완공된 이곳에서 ‘지적생명체탐사(SETI)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곳은 1993년 노벨 물리학상 탄생지이기도 하다. 그랬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 건물 붕괴로 57년 만에 문을 닫았다.
눈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눈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되는 걸까. 우주를 바라보는 ‘지구의 눈’ 구실을 해온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의 부재감이 그러하다. 법무부·검찰 갈등으로 인한 사회 혼란에서 보듯, 지상의 삶이 불안해질수록 별빛 찬란한 밤하늘에 대한 그리움은 커진다. “밤하늘에는 빛나는 별, 내 마음엔 도덕률.”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실천이성비판’에 남긴 경구는 인간의 이런 성향을 상징한다. 별빛 총총한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려는 열망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