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이르면 다음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뒤질세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체 개발한 백신의 대규모 접종 시기를 내년 1월에서 다음주로 앞당길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미국은 오는 10일께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 절차가 이뤄지면 접종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전환점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영국의 세계 첫 백신 상용화 조치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이다.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그리고 접종 우선순위 등에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우리나라도 백신 확보와 접종 대책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부는 어제 백신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음주엔 전체 백신 계약 현황과 확보 물량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싶다. 정부는 당초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 명 분, 글로벌 제약사들과 개별 협상으로 2000만 명 분을 더해 모두 3000만 명 분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목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에 접종 대상을 4400만 명으로 늘리기 위한 백신 구매비 9000억 원을 마련했다. 전세계가 백신에 목을 매고 있으므로 돈이 있다고 욕심껏 원하는 시기에 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물량 확보에 한치라도 차질이 없어야겠다.
백신 확보만큼 중요한 건 접종 우선순위와 안전한 유통이다. 영국에선 정부가 백신 사용을 승인하자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가 접종 우선순위 지침을 내놨다. 요양원 거주 노령층 및 이들을 돌보는 직원, 80세 이상과 보건 및 의료서비스 일선 종사자 등 순이었다. 미국은 모든 의료진과 감염 취약계층인 요양시설 거주자들에게 백신을 먼저 접종할 예정이다. 외국 사례와 세계보건기구의 백신 확보 상황별 우선 순위 시나리오, 그리고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사례 등을 참고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백신 유통 과정에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필수 요소다. 이미 독감 백신의 유통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로 독감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을 경험했으니 하는 말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두 차례 접종을 해야 하는 데다 독감 백신보다 유통 시스템이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국민의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방역당국의 일관된 메시지가 어우러져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처해왔다. ‘K방역’의 성과다. 하지만 3차 대유행을 겪고 있다. 국민은 그만큼 지쳤고, 의료 시스템엔 과부하가 걸렸으며, 경제의 주름살은 깊어졌다. 백신이 이 어려운 싸움의 원군이 되려면 물량 확보와 원활한 공급, 부작용 최소화에 더해 명확한 접종 기준 제시라는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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