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라면 단연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림의 구성뿐만 아니라 붓을 다루는 기교에서도 그를 따를 자가 없다. 게다가 글씨까지 전문 서예가 못지않게 잘 써 작품 전체에 높은 지성의 경지를 보여준다. 미술의 어느 한 부분도 부족하지 않은 천생 미술가이다. 김홍도의 작품은 이름에 걸맞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남아 있다. 그 유명한 금강산 그림에서부터 신선도, 풍속도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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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 ‘주상관매도’. 개인 소장 |
그러나 필자는 김홍도를 떠올리면 늘 생각나는 그림이 따로 있다. 바로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이다. ‘주상관매도’는 김홍도의 단 폭 그림 중에서 매우 큰 편에 속한다. 세로 164cm에 가로 76cm나 된다. 그럼에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대상은 적게 그리고, 여백은 넓게 남겨 둔 특이한 구성 때문이다. 실제 그림을 보면 화폭에 그린 그림은 전체 종이의 일부분밖에 되지 않는다. 간결하다 못해 덜 그린 것 같은 모습이다.
주인공 두 사람이 조각배에서 술상을 앞에 두고 비스듬히 몸을 젖혀 강물 건너편 벼랑 위에 피어 있는 꽃을 바라보고 있다. 차림새로 보아 붉은 빛 옷을 입은 이는 자연을 즐기러 나온 선비로 보이고, 한 사람은 선비를 모시고 나온 인물로 보인다. 선비가 바라보고 있는 꽃나무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좋아하던 매화이다. 선비와 매화의 거리가 멀진 않지만 안개가 둘러싸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꽃이나 사람과 강이 모두 하나가 되어 말 그대로 ‘물아일체(物我一體)’이다.
그림 중간에 화제가 적혀 있는데 “노년에 보는 꽃은 안개 속인 듯 희뿌옇게 보이누나(老年花似霧中看)”라는 내용이다.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의 시 ‘한식날 배 위에서 짓다(小寒食舟中作)‘에 나오는 한 구절을 따왔다. 두보가 59세의 나이로 죽던 바로 그 해에 쓴 시로, 만년의 고독하고 쓸쓸한 심경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 속의 인물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구절이다. 이를 보면 배위의 노인은 만년의 두보이면서, 만년의 김홍도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김홍도는 시조를 한 편 남기기도 하였는데 “봄물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놓았으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아래 물이로다/ 이중에 늙은 눈에 뵈는 꽃은 안개속인가 하노라”라는 내용이다. 이 또한 ’주상관매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소동파(蘇東坡)가 왕유(王維)의 시와 그림을 보고 했다는 ’시가 그림이고, 그림이 시(詩中有畵 畵中有詩)‘라는 말 그대로이다. 역시 김홍도는 당대 최고의 예인이다. 그처럼 완전한 미술인은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는 듯하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