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애인 안내견의 마트 입장 제한 논란 이후 이런 계기로 차별의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장애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안내견 출입에 대한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차별과 선입견의 시선이 아닌 이해를 통한 자연스러운 사회적 소통이 필요한 때임을 느낀다. 음악회 공연장이나 극장은 휠체어를 탄 채로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는 장애인석이 의무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무대에 서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의 공연을 보거나 장애예술가들과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필자를 비롯한 주변의 예술가들에게서도 그런 공연은 보거나 연주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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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인·비장애인 예술가들이 공연하는 모습. 소리 숲 제공 |
옛날 600년 전 조선시대 궁중에는 ‘관현맹인(管絃盲人)’ 이라는 시각장애를 가진 궁중악사들이 있었다. 이 시각장애 악사들은 조선시대 음악기관인 장악원(掌樂院)에 소속되어 궁궐 안 왕비나 공주를 위한 연회인 내연(內宴)에서 음악을 연주했는데, 세종 6년 조선왕조실록에는 ‘시각장애인 악사는 앞을 볼 수 없어도 소리를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관직과 녹봉을 내렸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궁중의 악사 대부분이 남자이나 관현맹인과 더불어 여자 악사인 여악(女樂)이 존재했다. 여악 역시 궁중 내연에 참여하여 관현맹인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과 노래를 불렀는데, 여자들의 사회활동 및 예술 활동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시대임을 생각해보면 예외적으로 궁중 내 여성들을 위한 내연에서는 남녀유별(男女有別)을 강조하여 남자악사들이 연주할 수 없었던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은 구한말 고종 때 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필자는 부산문화재단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후원하는 장애·비장애 예술가 교류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전문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예술가와 비장애인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연주회를 기획하고 연주를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학습방법 중 구전심수(口傳心授)라는 말이 있다.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는다’는 뜻의 이 말은 악보가 아닌 입에서 입으로 음악이 전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장애 예술가들은 일부 구전심수의 방법으로 음악을 배우고 익히는 점에서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연주자들 간의 이해도모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길에서 안내견을 만나면 그냥 무관심하게, 비장애인들이 다니는 것처럼 그렇게 바라봐 달라는 바람을 얘기한 인터뷰를 보며, 장애·비장애 예술가가 함께하는 공연을 더 이상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변화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바라본다.
소리연구회 소리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