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조선 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조선 3사 중심으로 수주소식이 간간히 들려오지만, 아직 갈증을 해소할 수준에는 못 미친다. 그래도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지속 중에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신호인지 컨테이너운반선 중심으로 해운 운임이 오르고 이제 조선 경기는 바닥은 찍었다고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러한 변혁기에 조선업의 후방 산업인 조선해양기자재산업 생태계는 격동의 시기에 있다.
조선기자재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제조서비스업으로 변화됐다. 더 나아가 ICT기술이 접목된 플랫폼서비스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조선해양기자재산업도 중후장대(重厚長大) 이미지에서 스마트한 기자재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형적인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된다. 수요 기업인 조선소에서는 선박 척당 기자재 발주 수를 줄여 생산성 향상 및 효율적 사후 관리를 도모한다. 이는 기자재 장비의 낱개 발주에서 모듈 또는 시스템으로 묶어 발주하는 경향으로 바뀌는 것이다. 가스연료공급장치(FGSS, Fuel Gas Supply System)를 예로 들면, 엔지니어링 능력을 보유한 중견 시스템제조기업 중심으로 30여 개의 단위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과 하나로 어우러져 상호 동반자적인 계열화가 가능할 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아직 국산화율이 저조한 선박 항해통신장비의 경우 국내 제조사가 낱개 품목으로 직접 조선소로 공급하던 자기콤파스와 선내전화기 등을 앞으로는 항해통신시스템을 수주 받은 외국사로 납품해야 한다. 해외 시스템 공급사의 상표로 다시 국내 조선소로 공급되는 구조가 된다.
이는 현재 국내에 시스템화를 주도할 수 있는 선도적인 중견기업이 없어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별로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품목별 제조기업과 클러스터를 형성함으로써 해소되리라고 본다.
최근 조선해양기자재의 키워드(Keyword)는 친환경과 스마트(자율운항)기자재로 대별된다. 친환경기자재는 IMO 2020 환경 규제에 따라 현재 시장진입 단계를 거쳐 확장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기자재의 경우, 자율운항선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자재개발이 핵심이므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예산을 투자하는 자율운항선박기술개발사업단을 발족해, 2025년까지는 자율운항선박 2.5단계(선박의 자율운항설비의 고장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이 승선하는 단계)에 적용 가능한 제품 개발을 한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다.
선박 운항관리의 체계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선상(船上) 즉, 선박현장관리에서 육상(陸上)선사가 원격관리하는 체계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선박기자재는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정보를 교환해 주기적인 상태 관리 및 고장 예지(Failure prediction)가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고 그것이 원활히 작동되기 위해서는 모든 선박기자재는 선박 내의 정보통합장치에 연결(Connected Equipment)돼야 하고, 위성통신설비를 통해 육상의 선박관리사무실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으로 항상 실시간 연결된 조선해양기자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이를 ‘조선해양기자재산업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1위 국가인 대한민국이 신(新) 조선해양기자재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을 주도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회복되는 조선해양산업의 과실은 뒤따라오는 조선신흥국에 내줄 수밖에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성숙해 감에 따라 지역산업의 한 축인 조선해양기자재산업이 발 빠르게 변신해 지속해서 발전하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또한 정부의 스마트십 데이터 플랫폼 개발 같은 선도적 사업 지원, 대학의 적극적인 요소기술 제공, 공공연구기관의 맞춤형 기업 지원으로 지금도 마른 수건을 짜고 있는 조선해양기자재 기업이 조금 더 인내하고 견뎌 준다면, 부울경 중심의 조선해양기자재산업은 장기적 불황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호황기를 맞이할 것이라 믿는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