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최고의 기쁜 날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2-22 19:38:2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생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고독과 광기, 비운의 천재 화가의 대명사인 빈센트 반 고흐에게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1888년 가을 고흐는 따뜻한 빛을 찾아 떠난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폴 고갱과 함께 지냈다. 노란 집에서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살며 작업했던 두 달 남짓의 시간은 그의 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터다. 물론 그해 12월 23일 고갱과 다툰 후 자신의 귀를 자해하기 전까지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 붉은 포도밭, 1888년.
‘붉은 포도밭’은 바로 이 시기에 그려졌다. 1888년 11월에서 12월 사이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 그림에 관한 편지를 쓴다. “온통 자주색과 노란색으로 그린 포도밭 그림을 막 완성했다. 작게 그린 인물들은 푸른색과 보라색이고 태양은 노랗다. 내 생각에 몽티셀리의 풍경화 중 하나와 나란히 걸어두면 좋을 것 같다.” 고흐는 이 그림이 자신이 존경하던 선배 화가 몽티셀리의 거친 풍경화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그림은 기억에 의존해 그린 것이었지만 고흐는 직접 나가 자연 속에서 그린 것보다 덜 어색하고 더 예술적인 느낌을 준다며 무척 만족해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 그림을 그린 날은 바람이 불고 비가 와서 야외 작업이 불가능했다. 평소 같으면 우울하게 보냈겠지만 곁에 친구가 있어 든든했다. 같은 편지에서 그는 고갱이 정말 재미있는 친구고, 요리도 완벽하게 할 줄 안다며 칭찬한다.

안정되고 기쁜 마음이 반영되어서일까. 그림을 보면 하늘보다 땅이 훨씬 넓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구도를 이룬다. 배경 왼쪽의 나무들은 원근법을 과감하게 적용해 중앙으로 갈수록 작아지고, 태양과 하늘은 고흐의 시그니처 색이자 희망을 상징하는 밝은 노란색이다.

파랑 노랑 초록 보라 등 농부들의 옷 색깔은 붉은 포도밭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정직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농민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포도밭의 강렬한 풍경이 고흐 특유의 붓질과 색채로 표현된 수작이다.

이 그림은 1890년 1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처음 전시됐다. 벨기에 미술가 20명의 그룹전이었다. 이 그룹은 해마다 해외 작가들도 초대해 함께 전시했는데, 그해에는 폴 세잔을 비롯해 아를에서 다툰 후 결별했던 고갱과 고흐도 초대되었다. 이 그룹의 회원이었던 벨기에 화가 안나 보슈는 ‘붉은 포도밭’을 보고는 400프랑(현재 가치로 2000달러)에 구입했다. 고흐 인생에서 처음으로 판매한 그림이었다.

그녀는 고흐가 아를에서 친하게 지냈던 화가 유진 보슈의 누나로, 동생을 통해 이 네덜란드 화가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고, 고흐 그림의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비록 6개월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만, 적어도 그림이 판매된 그날 만큼은 고흐에게도, 형을 평생 뒷바라지했던 동생 테오에게도 최고의 기쁜 날이었을 것이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양산 부산대캠퍼스 유휴부지 개발 길 열려
  2. 2양산시민 통도사 입장 무료·주차료 유료화 절충안 합의
  3. 3“부산대첩 승전, 시민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갈 것”
  4. 4가덕 2029년 개항 쐐기…당정 쌍두마차가 이끈다
  5. 5[사설] 가덕신공항, 이제부턴 조속한 개항에 전력 모아야
  6. 6단일화 뿌리친 박성훈 “새 정치 약속 지킬 것”
  7. 7부산 ‘영원한 지스타 도시’ 기대감…개최지 단독 응모
  8. 8[도청도설] 공깃밥과 즉석밥
  9. 9청년과, 나누다 <9> 염종석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
  10. 10운명의 일주일…여당 6일, 야당 4일 본선행 최종후보 결정
  1. 1가덕 2029년 개항 쐐기…당정 쌍두마차가 이끈다
  2. 2단일화 뿌리친 박성훈 “새 정치 약속 지킬 것”
  3. 3운명의 일주일…여당 6일, 야당 4일 본선행 최종후보 결정
  4. 44차 재난지원금, 노점상·법인택시 등 200만 명 더 준다
  5. 5오거돈 성추행서 신공항·불법사찰로…여야간·후보간 프레임 전쟁 전환
  6. 6관광 활성화 열띤 공방…저출산 문제 신경전도
  7. 7국토부 요지부동에 최인호 ‘특별법 카드’로 난국 타개
  8. 8부산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최종 단계 돌입
  9. 9홍준표, 이재명 향해 "양아치 같은 행동" 비판
  10. 10천안함 최원일 함장 28일 전역...대령 명예진급
  1. 1부산 ‘영원한 지스타 도시’ 기대감…개최지 단독 응모
  2. 2예타면제 논리 키우고, 사전타당성 조사 기존자료 활용 6개월로 줄여야
  3. 3내고장 비즈니스 <5> 울산 언양 트레비어
  4. 4“로열티 없는 순수 국산 맥주…울산 대표 자산으로 키울 것”
  5. 5의료진 열사 도시락, 독도 소주…편의점 ‘3·1절 마케팅’
  6. 6에이치엘비 ‘무상증자 카드’로 주가 8.7% 급등
  7. 7LG베스트샵에 로봇직원 뽑았네
  8. 8영업제한 소상공인 7월부터 ‘손실보상’
  9. 9P2P 금융사 타이탄인베스트 전자등기 서비스
  10. 10지역상공계 염원 결실 “엑스포 전 개항이 동북아 관문 첫발”
  1. 1양산 부산대캠퍼스 유휴부지 개발 길 열려
  2. 2양산시민 통도사 입장 무료·주차료 유료화 절충안 합의
  3. 3청년과, 나누다 <9> 염종석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
  4. 4역무원→ 구급대원→ 운전직→ 사서 교사…공무원만 4번째
  5. 5부산시 “시유재산 땅 비워달라”…구·군 사용 체육시설 쫓겨난다
  6. 6진주의료원, 서부경남 공공병원으로 부활
  7. 7‘K-주사기’도 대활약상…화이자·AZ백신 병당 1, 2명 더 맞아
  8. 8울산, 생태하천 태화강 수상 스포츠 메카로 만든다
  9. 9‘마린자이 방지법’ 통과됐지만 정작 당사자는 구제 못받는다
  10. 1034년 전부터 추진…노태우, 4㎞ 활주로 2본 결재
  1. 1후반 와르르…아이파크, 안방 첫 경기 참패 수모
  2. 2투타 모두 자신의 플레이 펼쳐…허문회 감독 “올 시즌 기대된다”
  3. 3이변은 없었다…부산시설공단 2년 만에 통합우승
  4. 4휴식기 마친 kt 2연승 신바람…공동 5위 안착
  5. 5부산 아이파크, 홈 개막전서 0 대 3 완패
  6. 6기성용 개막전 뒤 기자회견 자처...자비는 없을 것
  7. 7쑥쑥 크는 ‘내일의 거인’…주전 경쟁 후끈
  8. 8기성용 성폭행 의혹 반박…“결코 그런 일 없었다”
  9. 9부산시설공단 1승 선착…“삼척서 끝낸다”
  10. 10BNK 포워드 구슬, ‘식스우먼상’ 수상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미래 /홍순헌
위기의 역설 그리고 부산 /신상해
기자수첩 [전체보기]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서장 관사 내 수상한 돈·황금 출처 제대로 밝혀라 /이준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깃밥과 즉석밥
벤 호건 재기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이제부턴 조속한 개항에 전력 모아야
미래차 부품단지 조성, 부산형 일자리 모델 자리잡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