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부산지역에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부산 시민의 고립감과 소외감이 심화될 위기에 직면했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재가정신장애인에게는 더 치명적인 상황이다
모든 사람은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자립적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정신장애인도 자립생활 실현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은 타인의 보호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시에 등록된 정신장애인 수는 8201명이며, 실제 약 4000명이 정신재활시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 내 정신건강 관련 시설에 등록해 지역사회 내에서 거주 및 재활을 하고 있다. 2017년 5월 30일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37조에 지역사회 거주 치료 재활 등 통합지원을 규정한다. 입퇴원제도 강화를 통해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통한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과 사회통합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재활시설에서는 사회재활활동 지원, 문화 예술 여가 체육활동 지원, 평생교육 지원, 고용 및 직업재활 지원 등 정신장애인 자립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0년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발표한 국민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은 정상 수준 52%, 가벼운 수준 29%, 중간 수준 12.2%, 심한 수준 6.8%로 나타났으며 우울의 분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필요서비스로 개인 위생물품 지원, 감염병 관련 정보 제공, 경제적 지원, 돌봄 관련 복지서비스 지원의 순서로 필요성이 나타났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취약한 정신장애인의 경우 불안이나 우울 정도가 더 심각하고 상황에 따라 재발 위험성이 크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정신재활시설이 휴관 권고 상황 속에서도 소규모·비대면 온라인 서비스에 기반한 긴급돌봄 지원, 아웃리치 서비스를 통한 일상생활 유지, 감염 예방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유이다.
정신재활시설의 노력과 더불어 재가정신장애인 역시 위기 상황 속에서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는 불안정한 고용 상황과 감염 위기 속에서도 매일 직장에 출근해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재활시설에서 진행하는 화상회의에 참여해 동료와 일상을 나누고 서로 안부를 묻는다.
내가 사는 곳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관심을 가지고,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위생관리에 힘쓰며,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잉여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 저녁은 또 뭘 만들어 먹어야 하나’ 고민하며 서둘러 장을 본다. 모두의 염원처럼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회적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관련 정보가 부족한 정신장애인은 만성화된 질환으로 인해 자립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국가가 지원하는 재난지원금 신청 방법을 모르고, 대화할 사람 없이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매 끼니를 때우고,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으로 인해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다.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은 타인의 보호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선택하는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질환으로 인한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정신장애인과 지역주민 간의 원활한 소통과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공식적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사회적 재난 상황 속에서도 정신장애인의 안정된 자립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부산시가 정신장애인과 지역주민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송국클럽하우스 정신재활시설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