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는 것 외에 별다른 즐길 거리를 찾기는 힘들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자녀들과 공놀이를 하며 느긋하게 즐기거나, 화려한 전광판에 나온 투수와 타자의 각종 기록을 비교하며 승패를 가늠해보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이 있는 곳에서 안락하게 경기를 보는 일은 수도권이나 경남 쪽 야구팬이나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텔레비전으로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지역 야구팬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이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야구장 공약이 나온다. 내년 4월 7일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는 한 의원은 지역 조선업체들의 기술을 활용해 물에 뜨는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또 다른 국민의힘 후보는 기존 사직구장 부지에 돔구장을 만들고 주변에 복합 스포츠단지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으로 또 다른 예비후보들도 사직야구장과 관련한 이런저런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약을 진지하게 보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후보 시절 내놨던 야구장 신축 혹은 증·개축 공약은 당선 후에 생겨나는 이런저런 현실적 어려움 탓에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2018년 선거를 앞두고 1800억 원을 들여 개방형으로 사직야구장을 재건축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성 추문으로 사퇴했다.
경험상 지역 정치인에게 공약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하다. 기자는 2016년에 전임 기초지자체장들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공약 이행도를 조사해 보도한 바 있다. 후보 시절 선거 공보물에 공개한 공약을 추려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예산 확보 실태 등을 중심으로 진척도를 취재했다. 기사가 나간 뒤 한 기초지자체장은 “공약을 꼭 지켜야 할 약속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공약은)여론을 확인하고 수렴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 진척 상황을 공개하며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구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항의했다. 기존 상식과는 꽤 어긋나서 메모를 해뒀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런 인식은 당시 지역 정치인들에게는 ‘노멀(정상)’ 이었다.
홈에서 시작해 홈으로 돌아오는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장과 관련한 공약(公約)도 번번이 깡통 공약(空約)으로 돌아와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에 나오는 야구장 공약은 ‘부산지역 선거철 판독기’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생활레포츠부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