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지구촌이 온통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았던 한 해였다. 전염병과의 사투가 내년에는 끝날지 암울하기만 하다. 음악사적으로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었지만 베토벤을 축하하는 크고 작은 음악회가 코로나19로 빛을 잃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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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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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으레 연주되는 베토벤의 교향곡9번 ‘환희의 송가’도 비대면 연주회가 될 듯하다. 청력을 상실하고 고통의 삶을 살았던 베토벤에게서 음악은 투쟁 그 자체였다. 고통을 극복한 승리의 환호, 이 땅에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화를 간절히 바랐던 베토벤은 신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관을 일깨워준 위대한 음악가였다. ‘악성 베토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베토벤에게도 정열을 바쳤던 많은 연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베토벤이 남긴 순수한 연애편지는 단 3통밖에 남아있지 않다. 베토벤이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은 누구였는가? 오늘날에도 베토벤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많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베토벤이 남긴 3통의 편지에는 ‘불멸의 연인’이라고 부르는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 ‘불멸의 연인’은 베토벤 연구자들의 집요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베토벤과 독일의 ‘본’시절부터 가장 가까웠던 친구 프란츠 베겔러는 “베토벤은 끊임없이 열렬히 사랑을 품고 행복을 꿈꾸다가도 이내 실망하여 괴로움에 빠지곤 했다”고 한다. 실제로 베토벤 연구가들 사이에서 ‘불멸의 연인’으로 물망에 오른 이들은 여덟명 이상이라 한다. 이 중에서 베토벤이 편지 속에서 ‘불멸의 연인’이라 부른 여인은 과연 누구일까 ? 베토벤이 사랑했던 여인들은 대부분 돌아섰지만 편지 속에 ‘불멸의 여인’이라 불렸던 이 여인만은 베토벤의 사랑을 주저없이 받아들이고 뜨겁게 베토벤을 사랑했던 것 같다.
오늘날 가장 권위있는 베토벤 연구가 메이나드 솔로몬은 편지속의 주인공으로 ‘안토니 브렌타노’라는 여성을 꼽고 있다. 빈 상류사회 출신으로 자신보다 15살 많은 귀족과 결혼했지만, 아름답고 감수성이 많은 안토니 브렌타노는 결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신경과민으로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결국 친정아버지 죽음을 계기로 고향 빈으로 돌아갔고 거기서 베토벤을 만나게 된다. 베토벤은 자주 브렌타노의 집에 들러 음악을 연주했고 차츰 그녀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베토벤은 브렌타노를 위해 가곡 ‘연인에게로’를 비롯해서 몇 곡을 작곡해 헌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브렌타노는 3년의 빈 생활을 마치고 남편을 따라 독일로 돌아갔다. 베토벤이 남긴 3통의 편지 가운데 마지막 편지 속엔 브렌타노를 향한 사랑의 열망과 차마 그래선 안된다는 갈등이 고통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이후로 베토벤은 고독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결혼에 대한 기대도 영원히 접은 것 같다. 내면에 엄청난 격정과 정열을 가졌던 베토벤에게 그 어떤 사랑도 허락되지 않았다는 고통은 음악으로 승화되어 오늘날 위대한 작품으로 남았으리라 생각된다.
필하모니 대표·음악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