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독자 투표로 선정된 ‘2020 올해의 책’ 리스트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미예 작가의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부산 출신에다 부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신예여서만은 아니다.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꿈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러우며 가슴 뭉클한 판타지 소설을 써낸 작가의 상상력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매력이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청소년분야 1위, ‘밀리의 서재’ 선정 올해의 책 1위에 올랐고 예스24·알라딘 올해의 책에 당당히 뽑힌 것도 이런 끌림 때문이지 싶다. 다수 독자들이 “불안한 세상에서 위안을 얻었다. 잠 속의 꿈이 아니라 가슴 속 내 삶의 꿈을 되살리게 된다”고 평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 현실의 꿈은 어떤 것일까. 수없이 많은 꿈들이 있을 게다. 하늘을 나는 꿈, 멋진 이성과 데이트를 즐기는 꿈에서부터 진학·취업의 꿈, 내집마련의 꿈, 대박의 꿈에 이르기 까지.

‘국민 배달 앱’으로 통하는 ‘배달의 민족’의 창업자 김봉진(44) 의장이야말로 ‘대박의 꿈’을 이룬 대표적 인물이다. 2010년 시작한 ‘배민’을 국내 1위 음식 배달 앱으로 키웠고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5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에 합병 계약을 맺었다. 1년간의 심사 끝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8일 조건부 합병 승인 조치를 내렸다. 업계의 논란이야 있지만, 다양한 독서에 바탕 한 상상력을 현실에 접목시킨 아이디어로 창업한지 10년 만에 ‘초대박의 꿈’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그가 꽃길만 걸었을까. 김 의장의 어릴 적 꿈은 화가였으나 가난한 형편에 미술학원조차 다닐 수 없었고, 예술고교 진학 대신 부모님 권유대로 공고에 들어갔다. 그러나 꿈을 향한 그의 도전은 고난이 닥친 이때부터 시작된다. 웹 디자이너의 길을 택해 전문대학에 진학한 뒤 오로지 실력을 갈고 닦으며 꿈을 향해 달린 끝에 마침내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꿈을 이뤘다. 국민 배달 앱이 그 자신에게는 꿈을 배달해준 앱이 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미예 작가 역시 공학도 출신 반도체엔지니어였지만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꿈 이야기를 써서 꿈을 이뤘다. 경자년도 이제 이틀 남았다. 뻔한 덕담이지만 “신축년 새해 좋은 꿈 꾸시라”고 전하고 싶다. 특별히 지난 27일과 28일 발표된 각 대학의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에서 고배를 마신 수험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함부로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 것. 자신만의 ‘꿈 배달 앱’을 개발해 볼 것.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