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십수 년간 함께 뛰고 있는 사회인야구팀에 젊은 피가 수혈됐다. 50대가 주축으로 40대가 막내 역할을 하는 팀에 30대가 무려 4명이 연이어 들어온 것이다. 야구의 기본부터 하나하나 배우려는 이들의 모습에 팀은 조금씩 활력으로 넘쳐났다.
처음이라 비록 경기에 뛰지는 못하지만 미리 와 스트레칭을 하고 캐치볼을 하며 공과 좀 더 친숙해지려는, 그리고 배트로 스윙 연습을 하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행복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득 나의 사회인야구 입문 당시 첫 타석이 생각난다.
팀이 수세에 몰려 이미 승패가 기울어진 상황, 남은 한 타석에 대타로 얼떨결에 서게 되었다. 나름 학창시절 숱한 동네야구의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만만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삼구 삼진, 마지막 공인 바깥쪽 직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트 한번 휘두르지 못한 채 쓸쓸히 물러나야 했던, 그리고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통에 다음날 출근길 운전에 사고가 날 뻔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마 그 일이 그때 내게 쓴 약이 되었는지, 이후 모든 일에 1순위는 주말 야구경기가 되어버렸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경기에 출석을 하고 게다가 모자란 개인기는 평일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다니며 흘린 땀을 실력으로 환산하려 노력했던 것이다.
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이다. 그러기에 선발인원의 제한이 따라 이에 들지 못하는 선수는 늘 후보로 벤치를 지켜야 한다. 아무리 사회인야구라 하더라도 각 포지션별로 경쟁이 있기 마련이며, 여기서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하면 선발로 나서기란 쉽지 않다.
즐기는 야구와 이기는 야구, 즉 야구를 취미로서 즐기려 한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모든 선수들이 고루고루 기용돼야겠지만 또 한편 시합이다 보니 상대팀을 이기기 위해 실력 있는 선수들이 자주 기용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결국 이를 해결할 바람직한 방법은 새내기 선수들을 비롯해 각자가 스스로의 실력을 쌓아 서로 간의 실력편차를 최대한 줄여나가며 호흡을 맞추는 것뿐이다.
몇 달 전, 프로야구도 한국시리즈 5차전을 마지막으로 2020년 다사다난했던 마침표를 찍었다. 신생팀 NC다이노스는 그라운드에서 집행검 세리머니를 통해 그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이어 각 구단들은 내년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에 돌입하면서, 대형 FA선수들을 서로 데려가기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사회인야구 선수들은 단 한 푼의 연봉도, 그리고 열렬히 응원할 관중마저 없지만 언젠가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이 꿈꾸는 플레이를 펼치길 고대하며 늘 주말을 기다리고 있다. 야구가 좋아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글러브를 끼고 또 배트를 잡으며 사회인 야구를 시작하려는 후배들을 위해 십여 년 전 꾹꾹 눌러 담은 졸시 한 편 꼭 건네고 싶은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는 몸이다/월요일 새벽 출근을 서두르는/신문 가판대로 비싼 몸을 보았다/FA 시장에 나온 거물급의 한 타자/프로가 뭔지를 보여주는 값을/1면으로 채웠다/땀으로 퇴적된 실력은 범접조차 힘든/연봉으로 관중들을 불러 모으고/아쉽게 어제 경기를 비긴 나는/얼핏 내 몸값을 더듬어 보았다/한국인 평균보다 모자라는 키에/약간 넘쳐나는 몸무게/어린 시절 동네야구에서 틔운 싹을/석삼년 사회인 팀에서 꽃을 피우는/나의 연봉은 마이너스/유니폼을 맞추고 글 러브를 사고/꼬박꼬박 회비를 부으며/경기의 승패에 상관없이 기울이는 술잔의 수/덤으로 일요일을 차압당한/마누라의 잔소리와 딸들의 원성/나의 통장에 찍히는 몸값은 확실한 마이너스/여전히 세상의 가치는 몸이 지배하지만/센터를 가르는 시원한 안타와/역동작으로 아슬하게 아웃시킬 송구를 꿈꾸며/다음 경기가 또 설레어지는 나에겐/사실 연봉이란 말은 사치일 뿐이다” (‘나의 연봉’전문)
시인·부산 경원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