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 있는 ‘사하’라는 러시아 자치공화국의 소도시 오이먀콘은 극지를 제외하면 인간 정주지 중에서 가장 춥다. 1933년 2월 6일 이곳의 온도는 무려 영하 67.7도까지 떨어졌다. 세계기네스 공인 북반구 최저 기록이다. 겨울엔 얼어붙지만 여름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영상 15~20도 수준이다. 작년엔 이상고온 탓에 우리나라 한여름보다 더 푹푹 찌는 40도까지 치솟았다. 최저와 최고의 기온 편차가 70~100도에 이르는 말 그대로 극한지대다.
국내에선 빙어축제가 유명한 경기도 양평이 손꼽히는 겨울왕국이다. 기상청 관측 사상 가장 낮은 기온 기록을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1981년 1월 5일 신정 연휴가 끝난 월요일 아침 양평은 영하 32.6도까지 수은주가 떨어졌다. 부산은 1915년 1월 13일 영하 14도를 가리킨 게 최저다. 울산은 1967년 1월 16일 영하 14.3도, 경남에선 1994년 1월 24일 거창에서 영하 18.9도까지 내려갔다.
부산의 최저기온 기록이 100년 이상이나 영하 14도에서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하면, 60대 이상 어른들은 “나 어렸을 때는 엄청 추운 날이 많았는데”라며 고개를 갸웃 한다. 겨울 평균기온이 당시가 실제로 낮기도 했지만 방한용품과 난방시설의 미비 때문에 추위를 훨씬 더 느꼈던 탓이다. 부산은 바람이 심해 체감온도가 특히 낮다.
한때 한반도 겨울 날씨의 특징이었던 삼한사온은 이제 옛말처럼 돼 버렸다. 사실 이 용어의 적절성은 조선시대부터 논란거리였다. 승정원 일기에 삼한사온이 몇차례 언급되는데 이중엔 “현실에 들어 맞지 않는다”는 관리들의 푸념이 섞여있다. 최근 기상학자들은 2010년 이후부터 우리나라 겨울 기온 주기 변화가 5일 이하로 짧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한다. 5일 안에 한기와 온기 교차가 반복된다는 뜻으로, 삼한사온을 설명하는 7일 주기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신 기습 추위가 잦아졌다.
이번 겨울에도 예상치 못한 한파가 밀려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도심 하천인 온천천엔 군데군데 얼음판이 생겼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 어제부터 시작된 추위가 금요일인 내일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 기상청이 예상한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2도다. 예보가 적중한다면 2011년 1월 16일 영하 12.8도를 기록한 후 10년 만에 닥치는 맹추위가 된다. 영하 12도는 지금까지 부산에서 측정된 최저기온 상위 12위에 드는 기록이기도 하다. 단단한 출근 채비가 필요한 요 며칠 아침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