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정책을 책임진 입장이 되니 월별 인구 동향을 발표하는 매월 마지막 주가 되면 좌불안석이다. 부산의 합계출산율이 2019년 기준 0.83명으로 초저출산 기준인 합계출산율 1.3명을 이미 넘어 출생아 수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며칠 전 발표한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출생아 수는 1만5294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3%가 줄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래 가장 적은 숫자이다. 더군다나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국민이 생계와 안전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최근 정부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개인 삶의 질 향상 ▷성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인구 변화 대응 사회 혁신을 3대 목표로 설정했다. 기본 방향은 아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청년층과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정책을 집중하고 가족 지원에 투자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며 출생 정책이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출생정책은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과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간 시가 아이를 함께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아 추진하는 ‘부산아이 다(多) 가치키움’ 보육 정책이 정착돼 코로나19 위협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긴급보육을 시행하고 있다. ‘100인의 부산 아빠단’ 사업도 가정 양육이 증가하는 시기에 성평등한 부모 양육을 돕는 역할을 한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마마콜 운영으로 임산부 이동 지원 등 다양한 시책이 추진되지만 여전히 시민이 느끼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는 올해부터 새롭게 시행할 저출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자 지난 한 해 동안 관련 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그 중 자녀 양육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가정 내 자녀 양육에 대한 남녀 평등 정도에 남녀 모두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남성의 65%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시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 변화, 성평등 부산으로의 질적 체질 개선 등을 통해 함께 일하고 다 같이 키우는 행복 부산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유아, 아동청소년, 청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삶의 질 요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임산부에게 차별 없이, 건강하게 출생할 수 있는 임신·출산에 관한 보건·의료서비스 지원, 영아기에는 부모가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는 방안, 아동청소년에게는 돌봄 등 기본권 보장, 청년에게는 경제·주거 안정성 확보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참 귀하다. 사람은 생애주기를 순환하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나도 출생에서부터 성인이 되는 생애주기를 지금까지 세 바퀴째 경험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서 성인으로 성장한 경험, 내 아이가 태어나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도왔던 경험, 내 아이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보면서 어른이 되는 법을 복습한다. 이처럼 출생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시작점이다.
전혜숙 부산시 여성가족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