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석환 칼럼]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
  •  |   입력 : 2021-01-07 19:20:1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교육부가 발표한 1978년 대학별 합격자 예비고사 평균점수 순위는 놀랍다. 1위는 물론 서울대이다. 2위는 믿기지 않겠지만 부산대이다. 340점 만점인데 서울대(264), 부산대(245.47)에 이어 서강대(241.43)·고려대(241.08)·연세대(235.05)·이화여대(228.2)·충남대(220.6)·전남대(220.05)·전북대(216.8)·경북대(193.1) 순이다. 10개 대학 가운데 5개가 지방 국립대다. 서강대의 점수가 높았던 것은 당시 다른 대학들에 비해 입학생 수가 훨씬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 부산대를 비롯한 지역 국립대학생 합격생들의 수능점수는 수도권지역 중하위권 대학 수준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해가 갈수록 낮아진 것일까? 아니면 교사들의 수준 문제인가? 사실 우리 모두 그 원인을 알고 있다. 지역에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다. 청년들에게 지역은 더 이상 희망의 땅이 아니다. 2020년 부산대 합격생 4명가운데 3명이 진학을 포기하고 수도권으로 떠났다. 지난 5년동안 청년 5만명이 부산지역을 떠났다. 그래서 25세~34세 구간 인구의 56%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수도권에만 괜찮은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중반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비싼 명동의 부동산 가격은 부산 서면에 비해 겨우 10~20% 높았다. 지금 부산 서면의 가장 비싼 곳은 3.3㎡ 당 1억4000만 원인데 비해 서울 명동은 6억6000만 원으로 4.6배가 넘는다. 기업과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서울의 집값, 땅값은 오를 수 밖에 없다. 지역균형발전없이 서울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을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집값, 땅값이 지금처럼 계속 폭등하면, 서울에 몰린 25세~34세 구간의 남녀가 결혼을 하고 자녀들을 낳을 수 있을 것인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다. 코로나국면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지금 부산에서는 신입 사원을 채용하겠다는 기업을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기위한 동남권신공항이나 각종 사업들은 경제성이 없거나 정치적목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심지어 한 칼럼니스트는 동남권신공항의 2016년 국토부 추정 비용은 11조원(실제 발표는 10조 2000억 원)이지만 토목공사는 예상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근거로 20조 원짜리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7조 5000억 원까지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는 부산시의 자료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상식과 양심도 없는 가덕신공항’이라고도 한다. 이는 무지하거나, 게으르거나, 의도적 왜곡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들인 스티븐 맥나미, 로버트 밀러 주니어가 쓴 ‘능력주의는 허구다’는 책들은 서울의 레거시 신문이나 관료들, 이들과 이익을 같이하는 일부 교수들의 주장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능력주의(Meritocracy)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를 추구하는 정치철학이다. 지난 9월 의사파업때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공부했는데 자신들보다 ‘능력’이 모자라는 학생들이 공공의대나 정원확대를 통해 의사가 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등은 이같은 ‘능력주의적’ 관점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사회전체로 보면 그들이 교육을 통해 자격을 취득했지만(능력적 요인) 교육기회와 가정환경, 부모의 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불평등한 특혜(비능력적 원인)를 받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100m 달리기를 할 때 출발선에서 뛰는 사람과 부모덕분에, 서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50m 앞에서 뛰는 사람을 통과시점만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 ‘공정’한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지금 서울의 레거시 미디어들, 관료들, 그들에게 포획된 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예산타당성’이라는 잣대도 ‘능력주의적’ 관점과 유사하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기업활동이나 모든 SOC 사업은 현재 기준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들의 평가기준에 ‘지역균형발전’의 당위성이나 비전은 아예 없다. 사회학자인 멜튼은 1968년에 처음 ‘마태효과(Matthew effec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마태효과란 마태복음에 나오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 까지도 빼앗기리라’는 구절에서 비롯된 말이다. 마태효과는 갈수록 비대해지는 수도권과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지방도시간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수도권 언론과 관료, 학자들은 ‘경제적 합리성’ 부족을 들먹이며 ‘지역적 양극화’를 방치한다. 1년전 통계청은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태어나는 사람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 부산이 10년 안에 ‘소멸위험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사람들이 서울로 서울로 떠날 때 몰랐거나 방조한 결과가 지금의 부산이다. ‘지역’의 관점이 중요하다. 거짓말에 맞서 서울공화국으로부터 독립이라도 하겠다는 결기있는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5. 5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6. 6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7. 7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8. 8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9. 9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10. 10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 1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2. 2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3. 3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4. 4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5. 5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6. 6[속보]외교부, 사우디 전역에 ‘출국 권고’…중동 재외국민 안전대책 점검
  7. 7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8. 8우크라 갈등에 한미 정보협력 난기류까지…靑 고심
  9. 9이 대통령 "팬스타아크로호 귀항 축하, 이번 성과 바탕으로 북극항로 시대 준비"
  10. 10노무현·박원순 소환한 이 대통령 "품격없다 비난해도 SNS 소통 계속할 것"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5. 5[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6. 6“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7. 7최전방 GOP용 ‘AI 경계병’ 개발한다
  8. 8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9. 9고금리 벼랑 부산 취약층에 ‘재기 사다리’…910건 금융지원
  10. 10신세계센텀서 ‘미세키서울’ 26FW 선봬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5. 5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6. 6“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2일
  9. 9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10. 10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5. 5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8. 8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9. 9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10. 10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SNS
배우 한선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아크로호 귀항, 북극항로 상업화 본격 추진할 때다
국감 법사위 희화화, 국민은 실소 넘어 자괴감 든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