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명을 지켜라’.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기쁨도 잠시였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 103만 여명 선인 경남 창원시로서는 내년 1월 특례시로 정식 출범한다고 해도 불안하기만 하다. 현재의 감소 추세라면 언제 인구가 100만 명 아래로 내려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혼만 하면 1억 원 대출, 첫째 출산 때 이자 면제, 둘째 출산 때 대출원금 30% 탕감, 셋째 때는 아예 1억 원 전액을 탕감해 주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선거철이면 나도는 반짝 공약이 아니라, 절박함에서 나온 몸부림이다.
창원시의 절박함과는 별개로 파격적인 결혼 출산 지원 정책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일정 기간 어느 정도 효과를 본다고 해도 지속성 또한 관건이다. 1억 원이라는 큰 지원액이 당장 눈길을 끌긴 하지만, 금액의 많고 적음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여서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대책에도 저출산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게 방증이다. 창원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결혼과 출산 기피에만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구 감소는 창원시만의 현안이 아니다. 때마침 새해 벽두부터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출생아 수 30만 명선이 3년만에 무너지면서 사망자 수가 이를 초과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주요인이다. 저출산 현상이야 해묵은 일이지만, 인구의 자연 감소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무엇보다 ‘인구 데드크로스’가 예상보다 9년이나 일찍 왔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는 탓에 모든 관련 정책을 새로 설계해야 할 판국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사상 첫 감소라는 충격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인구는 감소했으나 지자체별로는 편차가 있다. 서울 부산 경남 대구 등 12개 시도는 감소한 반면, 경기 세종 제주 강원 충북 등 5개 시도는 늘었다. 제주(3646명)와 강원(1338명) 인구가 늘어난 것은 귀농이나 귀촌 인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종(1만5256명)과 충북(830명) 또한 수도권 팽창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눈 여겨 볼 것은 무려 18만7348명이나 인구가 증가한 경기도다. 주거난 등으로 서울에서 밀려나거나 서울로 진입하지 못한 비수도권 인구가 경기도로 몰려든 결과다.
서울 인구가 줄었다지만 결과는 수도권 팽창으로 귀결됐다. 저출산이야 전국 시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경기도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을 터이다. 결국 서울이 아닌 경기도가 인구의 블랙홀로 바뀌었을 뿐 수도권 집중 현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더 심화하는 형국이다. 그 밑바탕에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대다수 비수도권 지자체가 있다. 전국적인 저출산 현상에다 지역 인구의 수도권 유출까지 겹쳐 ‘지방 소멸’로 끝없이 치닫고 있는 것이다. 창원시의 파격적인 결혼 출산 지원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많은 돈을 결혼 출산에 지원한다고 해도 지역의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계속돼서야 ‘지방 소멸’ 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KBS가 새해 들어 실시한 국가균형발전 등에 관한 여론조사가 눈에 띈다. 결과도 결과지만 질문 항목이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첫 질문이 “대한민국은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라는 의견에 동의하십니까”라는 것이었다. 답변 결과는 38.9%가 매우 공감 또는 다소 공감이었다. 특히 수도권이 높았고,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는 51%가 공감했다. 또 전체의 40.5%는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할 것, 34.5%는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새삼스러운 결과는 아니나, 대한민국 저변을 흐르는 수도권 중심주의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확인해주는 듯해 씁쓸하다.
우리나라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분명 심각한 사안이다. 중앙 언론들 또한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도 저출산을 해결 못한 정부를 질타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게 있다. 저출산 문제가 그처럼 단선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일자리와 더 나은 대학 등을 위해 수도권으로만 인구가 몰려드는 상황을 바꾸지 않은 채 내놓는 저출산 대책은 의미가 없다. 일자리가 없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비수도권에 결혼과 출산 지원금을 퍼부어 본들 썰물처럼 빠지는 인구를 붙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라는 희한한 꼬리표를 떼지 않는 한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결론은 멀리 있지 않다. ‘서울에서 멀어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길밖에 없다.
장재건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