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대성 기후대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대표하는 과일은 역시 귤이다. 그런데 막상 시중에서 귤을 사려고 보면 노지감귤, 하우스감귤, 당도선별감귤, 타이벡감귤 등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 못할 명칭 투성이다. 게다가 종류도 너무 많다. 극조생, 온주, 한라봉, 청견, 진지향,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한라향, 카라향 등 해 마다 새로운 품종이 등장한다. 자고로 복잡한 건 극도로 단순화 시켜서 보면 오히려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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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로초 감귤. |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귤은 크게 온주귤과 만감류 두 가지로 나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귤이라고 생각하는 건 ‘온주귤’이다. 온주는 중국에서 귤 생산지로 유명한 저장성의 윈저우(溫州)라는 지역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온주귤을 언제, 어떻게 재배 하느냐에 따라 극조생, 조생, 노지, 하우스, 월동, 타이벡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온주귤을 제외한 한라봉, 청견, 진지향,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 한라향, 카라향 등은 모두 만감류(晩柑類)라고 한다. 감귤류와 오렌지류를 교배해서 만든 품종들의 총칭이다.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늦게 수확해서 만감류라 부른다. 처음 먹어보면 이 만감류가 굉장히 달고 맛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자주 먹다보면 뭔가 좀 인위적인 느낌이 난다. 결국 온주귤로 다시 돌아간다. 역시 귤다운 맛은 온주귤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오래전부터 온주귤을 먹어온 습관 탓이다.
그럼 온주귤은 어떻게 고르느냐. 나는 과일을 고를 때 당도와 산미 딱 두 가지 기준만 본다. 향과 질감은 당도와 산미의 종속변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현재로서 과일의 품질을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가 당도와 산도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주감귤농협은 ‘불로초’와 ‘귤림원’이라는 두 가지 온주귤 공동브랜드를 갖고 있다. 둘의 기준이 재밌다. 산도는 1% 미만으로 두 브랜드가 동일하다. 차이는 당도에서 난다. 귤림원은 11도 이상이고, 불로초는 12.5도 이상이다. 귤림원은 아무리 달아야 당도가 11도 이상 12.5도 미만이다. 그런데 불로초는 12.5도 이상으로 한계가 없다. 즉 같은 밭에서 수확한 귤이라도 당도가 12.5도 미만이면 ‘귤림원’ 브랜드를, 12.5도 이상이면 ‘불로초’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출시된다. 최근에는 무려 당도 19도짜리 불로초 귤도 생산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불로초’ 브랜드의 위상은 백화점 감귤류 판매 코너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시중의 대형백화점 어디를 가건 불로초 귤은 박스에 별도로 포장된 귀하신 몸이다. 맛은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다. 그만큼 브랜드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격인데 이게 좀 비싸다. 어지간한 만감류 따위 아주 우습게 보일 정도다.
귀한 분께 귤을 선물할 일이 있거나, 혹은 정말 당도 높고 향이 강하며 산미까지 적당한 귤이 먹고 싶을 땐 불로초 감귤을 선택해 보시길 권한다. 물론 신중하게 선택하셔야 한다. 사람의 입맛은 ‘하방경직’이라 올라가는 건 쉬운데 내려오는 건 어렵다. 일단 불로초 귤에 맛을 들이고 나면 다른 귤을 싱거워서 못 먹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박상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