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연구팀이 몇년전 지역 대학생들을 상대로 페이스북같은 소셜미디어(SNS) 이용 심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대다수 이용자들이 본인을 미화하고 가식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자기의 실생활과 겉모습 사이의 괴리감, 나보다 잘 나가는 듯한 주변인에 대한 박탈감에 빠진다고 답한 부분이다. 허세와 과시 이면에는 열등감과 비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미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퇴임 후 집필한 ‘파시즘’이라는 책에서 SNS의 역설을 들었다. 사람들이 SNS 덕분에 전지구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진보이지만 남이 보여주는 허상과 자신의 실제를 비교하며 그것 때문에 불행감을 느끼기 쉽다고 진단했다. 요즘 청년들이 사회에 갖는 불평과 불만이 과거보다 훨씬 강해진 배경에 SNS가 있으며 조그마한 불꽃에도 활활 타오르는 파시즘의 싹이 그 속에서 잉태된다고 본 것이다.
지난주 미 워싱턴DC에서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후 SNS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가 과격 시위를 부추기고 지지자들이 이를 공유한 주요 수단이 SNS이기 때문이다. 다음주 조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을 앞두고는 제2의 폭력을 예고하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여기엔 ‘의회로 무장 행진하자’ ‘워싱턴을 불태우더라도 나라를 되찾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주요 SNS 기업이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했지만 관련자들의 책동은 플랫폼을 옮겨가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년 전 이맘때 아랍의 봄을 이끌었던 ‘재스민 혁명’에서 SNS는 강력한 민주화 도구였다. 튀니지 남동부 소도시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20대 청년이 경찰의 부당 단속에 항의해 분신하자 그 동영상은 트위터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고 이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각지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재스민 혁명은 트위터 혁명이자 SNS 혁명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SNS가 이제는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확산 통로이자 디지털 선동 매체로 쓰이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커진 영향력만큼 SNS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책임 부여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과거 인터넷은 이용자가 정보를 찾는 수고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읽기 싫어도 꾸역꾸역 기어이 손에 쥐어준다. 그것이 독인지 약인지 감별할 사람은 본인 밖에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