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이다. 미주알에 운율을 맞추기 위해 고주알을 붙인 ‘미주알고주알’은 속창자까지 살펴볼 정도로 꼬치꼬치 따진다는 뜻으로 쓰인다. 비슷한 말이 ‘밑두리콧두리’다. ‘밑두리’는 둘레의 밑부분이다. 고주알처럼 콧두리를 더했다. 일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아봄을 이르는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캔다’는 미주알고주알의 확장판인 셈이다.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캐듯 할 수 없어 아주 답답한 심정이 ‘하답답다’이다. 아무런 수단이나 방법이 없어 답답한 상태를 일컫는 경상도 말이다. 우리 정부에서 북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 기분이 이렇지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제안한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에 대해 ‘비본질적인 문제’라며 사실상 퇴짜를 놓은 상태에서 ‘특등 머저리’란 고약하기 짝이 없는 신년 인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내놓은 올해 첫 메시지다.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머저리는 우리나라에선 금기어다. 그냥 머저리가 아니라 특등 머저리는 고매한 백두혈통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다. 우리 우스갯소리로 박사 위에 밥사(밥 잘 사주는 사람), 밥사 위에 봉사(남을 위해 애쓰는 사람)라지만, 1등 위에 특등이 있음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을 터인데 특등 머저리라니….
따지고 보면 김여정의 도를 넘은 악담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자신 명의의 첫 담화에서 ‘겁먹은 개’라고 청와대를 직격했고, 6월엔 탈북민을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두고선 “사대주의 점철”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간다”는 메가톤급 말폭탄을 터뜨렸다. 참다못한 청와대가 “몰상식한 언행”이라며 정색을 하고 반박할 정도였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이었다.
북한은 지난 5∼12일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했다.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최대 정치행사다. 김정은은 이 대회에서 총비서로 추대됐다. 집권 10년 차에 명실공히 노동당의 최고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37번째 생일 선물로 그만이다. 그러나 네 살 아래 김여정은 노동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됐다. ‘특등 머저리’는 부부장 명의로 처음 나온 담화의 일부이다. 완벽한 1인자로 거듭난 김정은과 사실상 2인자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난 김여정의 역할 분담은 온탕 냉탕을 오가는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수다.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캐듯 헤아려야 할 일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