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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웃음 너머 세상을 꿈꾼다 /박선정

자신의 절대적 진리 위해 담 쌓고 살아가는 현대인

다른 사람 의견도 수용해 새핸 모두 웃는 세상되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1-13 19:19:4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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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는 ‘웃음이 사라진 시대’다. ‘코로나 블루’가 아니더라도, 언제부터인가 막연한 우울이 우리 현대인들을 감염시키고 있다. 그 병원체가 뭘까?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작인 ‘장미의 이름’에서 그 단서를 찾아보자.

소설은 1300년경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다. 성경의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인류 종말의 예언처럼 정확히 7일에 걸쳐 7명의 수도사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윌리엄이라는 박학다식한 스승 수도사와 그의 어린 제자인 아드소가 수도원과 수도사들의 죽음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낸다. 결국, 수도원에서 일어난 일련의 죽음은 한 권의 책과 연관되어 있고, 배후에는 그리스도교의 정통교리만이 절대 진리이고 이외의 모든 것은 악이라고 믿는 나이 많은 장님 수도사 호르헤가 있다. 자신이 믿고 아는 것만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영혼의 ‘장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자신만의 시력에 의존하지 않고 ‘안경’이라는 다른 시선을 이용하여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여섯 개의 눈’을 가진 윌리엄과 대조적이다.

수도사들의 죽음과도 관련된 소설 속 의문의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2권인 ‘희극’ 편이다. 결국 수도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웃음에 대한 저서인 ‘희극’을 읽으면서 엄격한 통제와 규율을 넘어 책 속에서나마 즐거움을 찾으려 한 자들과 필사적으로 그것을 막아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자들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었다.

호르헤의 믿음은 간단하다. 그는 ‘그리스도가 웃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수도원 내의 모든 수도사에게도 ‘웃음을 금지’시킨다. 호르헤는 사회가 ‘그어놓은 마지막 경계가 웃음을 통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에서 “웃음을 터뜨림으로써 인간은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 해방될 수 있고, 이러한 자발적 해방을 통해 인간은 지혜를 얻게 된다”고 밝혔다. 호르헤의 믿음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 지혜로워서도 안 되고, 자발적으로 두려움에서 벗어나서도 안 된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유발하는 저 책은 저주받아 마땅하다. 급기야 호르헤는 자신의 진리를 사수하고 신앙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살인’마저도 서슴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아집과 편견이 그와 그가 속한 수도원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고 죄 없는 이들까지도 비극을 맞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호르헤와 맞서는 인물이 윌리엄 수사다. 그는 수도사임에도 ‘절대적인 진리란 없다’고 믿으며, 경계 안에 머물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진보적인 인물이다. 그는 “우주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까닭은, 다양한 가운데서도 통일된 하나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통일된 가운데서도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이전에는 ‘진리’란 자명한 어떤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임을 깨달았다”고 밝힌다. 이런 맥락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윌리엄 수사의 입을 통해 호르헤 수사야말로 “가짜 그리스도”라고 말한다.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자신이 맹신하는 그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은 결국 극단적인 맹신과 사랑이 오히려 반그리스도적이고 참사랑에 반대되며 타인들을 파멸로 이끌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현시대를 사는 우리가 왜 우울한지, 왜 웃음을 잃고 사는가에 관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 답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호르헤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종교만의 얘기가 아니다. 자신만의 ‘절대적 진리’를 사수하기 위해 담을 쌓고 스스로의 세계 안에서 장님이 되고 있다. 그러한 담쌓기에 현대의 전자 기계 문명도 한 몫 한다. 다양한 종류의 SNS와 유튜브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기가 막히게 알아내 선별해 준다. 나와는 다른 견해를 들을 필요도 없고 그럴 기회도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빠져나오기 힘든 나만의 세계에 갇히고 있다.

내가 아는 것은 모두 진리지만, 네가 아는 것은 모두 악이고 거짓이라는 맹신은 소설 속 호르헤의 사고다. 그러한 편협되고 배타적인 사고의 결과가 무엇인지는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다. 새해에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도 웃을 수 있길 희망한다. 절대불변의 진리를 찾으려는 맹신보다는 유동적인 관계 맺기에서 의미를 찾는 한 해이기를 소망해 본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일 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윌리엄 수사의 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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