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병윤 칼럼]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  |   입력 : 2021-01-14 19:40:3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크리스 조던 감독의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를 봤다. 달포 전 경주의 한 모임에 참석했다가 볼 기회를 얻었다. 이 영화는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알바트로스가 플라스틱 오염에 의해 희생되는 비극의 현장을 그렸다.

아마 죽은 새의 배 속에 비닐 조각과 라이터 등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가득 찬 사진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속의 새가 알바트로스다. 그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온몸이 감전되듯이 전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름다움과 파괴가 교차하는 영상과 가슴을 흔드는 묵직한 배경음악은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따금 이어지는 감독의 내레이션은 영감이 넘쳤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생각이 뇌리를 지배했다. 새의 잔해 속에 흉측스럽게 드러난 플라스틱 무더기의 충격적 모습이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는 것.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인류의 처지가 알바트로스의 비참한 모습과 진배없다. 일 년 전 코로나19가 지구촌 전역을 강타하기 시작하면서 서구 근대가 이뤄놓은 물질문명의 허상이 여지없이 까발려졌다. 도시가 봉쇄되고 하늘길이 막히고 경제가 곤두박질쳤다. 다시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마스크를 낀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사태의 비극성을 헤아릴 수밖에 없었다. 기후위기는 코로나 사태보다 더욱 위중하다. 지난여름 한반도를 덮친 홍수와 태풍은 기상재난이 남의 일이 아님을 일깨웠다. 홍수로 논밭이 쓸려나가고 산사태가 마을을 덮치고 도시는 물에 잠겼다. 눈앞에 벌어진 참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의 미약함을 절감했다. 기후위기도 팬데믹도 한두 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일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녹슨 포신과 허물어진 참호가 한때 전장이었음을 말해주는 미드웨이섬에는 원시의 생명이 인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 수천 마리의 알바트로스가 둥지를 틀고 비상을 준비한다. 가장 멀리 오래 나는 새, 알바트로스는 날개 폭이 3m가 넘는다.

어미로부터 독립한 알바트로스는 뒤뚱거리며 비행을 배우고, 거센 바람을 타고 먼 바다로 날아오른다. 한 번 날아오르면 6000~8000㎞를 땅에 내려앉지 않고, 날갯짓 없이 6일을 비행하기도 한다. 오직 바람 자락에 의지해 바다에서 번식기까지 3~4년을 보낸다. 어떤 개체는 그 기간이 10년이 되기도 한다. 번식준비가 끝나면 태어난 섬으로 돌아와 짝을 찾는다.

화면에는 떼를 지은 채 짝짓기하는 알바트로스의 춤과 노래가 가득하다. 상대를 향해 수없이 구애의 몸짓을 한다. 한 번 짝을 이루면 평생을 함께 춤추고 노래한다. 나중에는 그 몸짓이 거울을 보듯 똑같아진다고 한다. 알바트로스의 수명이 60년이나 된다고 하니 거의 인간과 같은 햇수를 해로하는 셈이다.

알바트로스는 한 번에 하나의 알을 낳는다. 부화할 때까지 수컷과 암컷은 번갈아 알을 품고 먹이활동을 한다. 그렇게 6주가 지나면 알 속 새끼가 껍데기를 깨기 시작한다. 이틀에 걸쳐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어미는 도와주지 않는다. 새 생명을 기다리며 노래로 격려하고 부리로 가볍게 다독일 뿐이다.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과정이 새끼의 힘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부모 새들은 새끼의 먹이를 구하러 먼바다로 나간다. 한 번에 수천㎞를, 심지어는 일주일 이상 바다를 날아다니며 수면의 물고기를 낚아챈다. 그때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부유물도 함께 먹는다. 섬으로 돌아온 어미는 배 속에 담아온 물고기를 새끼들에게 먹인다. 알바트로스는 바다에서 얻은 먹이가 새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냥 살아있는 탯줄이 되어 바다가 주는 먹이를 취하고 그것을 새끼에게 전하는 것이다. 먹이 속에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른다.

카메라는 배고픈 새끼의 입에 어미가 물고기를 토해 먹이는 장면을 포착한다. 그 속에 플라스틱 잔해가 또렷이 보인다. 유독하고 날카로워 새끼의 보드라운 위장막을 뚫을 수도 있다. 섬 곳곳에는 플라스틱을 먹은 새끼 알바트로스의 사체가 널려 있다. 고통스럽게 뒤척이며 죽어가는 모습이 느린 화면으로 전개된다.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와 마구잡이 배출이 멀리 태평양 고도의 생태계를 파괴한 것이다. 알바트로스의 처지와 다름없는 인간은 어떠한가. 지금 인류사회는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기후재난의 암담한 사태 속에서도, 위기의 화근인 ‘성장 신화’에 목을 매고 있다.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악순환 속에서 운명을 재촉한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성장에 급급한 것은 알바트로스가 플라스틱 먹이를 새끼에게 먹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알바트로스는 플라스틱이 든 먹이의 위험을 알지 못한 채 새끼에게 먹이고, 인간은 위험을 알면서도 자해행위를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알바트로스의 깊은 눈빛은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에 맞설 용기가 있는가? 언제까지 위기를 외면할 것인가?

장병윤 한살림부산 이사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3. 3‘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4. 4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7. 7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8. 8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9. 9방호복·지뢰덧신 살펴보는 국회 국방위원들
  10. 10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1. 1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7. 7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8. 8‘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9. 9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4. 4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7. 7“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8. 8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9. 9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3. 3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4. 4“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5. 5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6. 6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7. 7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8. 8김해 아이돌봄 대기 5개월…부모 속타네
  9. 9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0. 10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4. 4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설계 어선
부캉이가 띄운 북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법과 원칙 외면한 시유재산 관리, 책임 물어야 한다
금고 선정, 금리 경쟁 넘어 지역자금 선순환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