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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1류 국민, 3류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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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세계 언론은 재해 개요나 피해 규모 못지 않게 참사에 대처하는 일본 국민의 자세에 주목했다. 극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국민성에 놀란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그들의 참을성과 질서 의식은 고귀했다”고 감탄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류 정신의 진화를 보여줬다”고까지 격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그런 선망어린 시선은 상당 부분 거둬졌다. 매일 7000명 안팎으로 쏟아지는 확진자로 당국은 허둥지둥이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주요 도시에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영업시간 제한과 외출자제 지침을 내렸지만, 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흥청댄다. 인류의 진화라던 그 일본이 맞나 싶다.

100년전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그리 고상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친구였던 친일 언론인 조지 케난은 조선인을 “나태하고 불결한 민족”으로 묘사했다. 이토 히로부미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지 레드 예일대 교수도 담뱃대를 빨면서 침을 뱉는 농민을 한심하게 보면서 “대낮에 드러눕기 일쑤인 사람들”이라고 혹평했다.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와 의료진의 감동적인 헌신 덕분에 코로나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고 K방역에 대한 찬사가 나라 안팎에서 이어지는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일 법하다.

하지만 이런 상찬이 최근엔 다소 빛이 바래는 느낌이다. 현장과 괴리된 일부 탁상행정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는 부산과 수도권의 목욕시설 방역지침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일반 대중탕은 영업이 가능하지만 아파트 내 커뮤니티 목욕탕은 금지 대상이다. 수영장 샤워장은 괜찮고 헬스장은 안된다. 운동으로 흘린 땀을 씻지 못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이나 교원임용시험은 코로나 확진자도 칠 수 있으나 일부 국가 자격시험은 응시가 불가능한 점 역시 형평성 논란거리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음식과 음료를 함께 파는 카페에서 몇시간씩 앉아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할 수는 있지만 커피는 못 마시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원칙없이 풀었다 죄었다 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수준이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 말이다. 코로나 위기 속 그때나 지금이나 무능한 정치와 행정을 국민은 믿기 힘들만큼 높은 공동체 의식으로 견뎌내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1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이제 보니 국민이 1류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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