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나긴 논란 끝에 어제 정식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 처장의 임기는 3년이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권력형 비리 전담기구이다. 입법·사법·행정부의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이 대상이다.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한 독립기구 설치는 1996년 시민단체 요구로 논의가 시작된 이후 25년만의 결실이다. 70년간 유지되던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깨는 헌정사적 의미도 적지 않다. 차장과 수사검사의 인선 절차 등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조직 가동은 3,4월께로 예상된다.
그동안 공수처는 이름만 다를 뿐 정권의 색깔과 상관없이 민심을 잡기 위한 카드였다. 김대중 노무현 등 진보 성향의 대통령은 물론 지금의 야당 출신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도 공약으로 내걸 정도였다. 국민의 의식 속에 부패한 사회지도층에 대한 환멸과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비리로 전직 대통령이 4명이나 구속됐다. 정부와 국회가 이런 여망에 공수처 설치로 화답한 것은 일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공수처 출범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는 기대 뿐 아니라 우려도 담겨있다는 사실을 공수처 스스로 직시해야 한다. 공수처는 그 출발점이 검찰 견제다.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는 모습을 보여온 검찰에 대한 대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공수처장 추천과 지명에 대해 애초 보장됐던 야당의 비토권이 무력화된 과정은 다수 권력의 의지가 일방 관철된 결과이기도 하다. 처장이나 내부 조직이 특정 성향의 사람들로 채워질 경우 정권에 아부하고 자기편은 봐주는 편파수사, 표적수사, 보복수사의 가능성이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은 여러 건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조 단위의 피해가 발생한 라임과 옵티머스 사기 사건 등은 상황에 따라 공수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공수처는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대통령이 임명장 수여 직후 공수처에 내린 주문은 정치로부터의 중립과 기존 사정기구로부터의 독립이다. 김 처장 역시 “여당도 야당도 아닌 국민의 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공수처가 제역할을 못하면 국민은 공수처 뿐 아니라 이를 밀어붙였던 정권에 대한 지지도 거두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수처 출범으로 이제 범죄수사권이 공수처 검찰 경찰 등 3개 기관으로 분산됐다. 국민은 검찰 권한 축소에 찬성하지만 공수처나 경찰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세 기관이 협력·보완하고 때로는 견제해야 국민 권익이 극대화된다. 국민은 공수처가 우려와 논란을 불식하고 정도를 걷는 수사기관으로 안착할지 그 가는 길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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