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가면 ‘중깐’이라는 음식이 있다. 굉장히 낯선 명칭이지만 따지고 보면 익숙한 음식이다. 중깐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점심과 저녁 사이 중간에 먹는 새참이라는 의미. 또 하나는 목포 원도심에서 1947년부터 영업을 해온 ‘중화루의 간짜장’을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나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중간’에 된소리가 붙어 ‘중깐’이 됐다고 본다. 이건 대중의 굉장히 자연스러운 언어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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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깐 짜장면 |
음식으로서 중깐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유니짜장이다. 그런데 중깐은 유니짜장과 몇 가지 사소한 차이가 있다. 유니의 어원은 ‘육니(肉泥)’다. 이때 ‘니’는 진흙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기를 진흙처럼 잘게 다져서 볶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깐의 경우 고기뿐만 아니라 양파 등 부재료 전부를 다졌다. 그리고 다져진 상태를 자세히 보면, 다졌다기보다는 전라도 사투리로 ‘조사버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다지다’와 ‘조사버리다’가 어떻게 다르냐고? 굳이 달라야 하나? 그냥 다지지 않고 조사버리는 게 목포 방식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만드는 전통은 결코 논리적이지 않다. 논리적이지 않은 걸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려니 더러 억지스러운 스토리가 탄생한다. 중깐과 유니짜장의 세 번째 차이는 면의 굵기다. 중깐 면의 굵기는 기존 짜장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는 면이 재료를 조사서 볶은 소스와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요리를 먹은 후에 마무리로 먹는 음식이기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덕분에 후루룩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중깐 특유의 매력이 있다. 이정도 차이라면 유니짜장 같으면서도 유니짜장과 전혀 다른 중깐 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목포시청에서 열린 ‘목포 간편 음식 개발 및 상품화 연구’ 중간 보고회에서 중깐 소스로 속을 채운 ‘중깐빵’이 소개됐다고 한다. 음식을 소재로 관광 상품 개발한답시고 빵 속에 뭘 집어넣는 방식은 이젠 좀 지양해야 한다. 이건 이미 120년 전 일본이 근대화시기에 지겹도록 우려먹은 방식이다. 유럽처럼 디저트와 식사 빵의 구분이 없던 일본이 ‘화양절충’ 방식으로 개발한 게 단팥빵, 크림빵, 사라다빵, 카레빵 등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 일본의 방식을 여전히 답습하는 건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다.
중깐을 목포의 상징적인 향토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중깐빵 따위가 아니다. 짜장면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과 집착은 유난스러울 정도다. 따라서 목포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깐을 짜장면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야 한다. 짜장면 간짜장 유니짜장 사천짜장 삼선짜장의 계보에 중깐을 올려놔야 한다. 목포에 가면 반드시 중깐을 먹어야 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향토음식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프레임 싸움이란 걸 목포시 공무원이나 관계자들이 이해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깐’이란 이름 하나 얻는데 반백년 세월이 걸렸는데 이 좋은 자산을 그냥 두는 건 너무 아깝다.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장르가 되면, 향토음식 마케팅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한 거다. 이게 비단 중깐만의, 목포시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하는 소리다.
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