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목포 ‘중깐’의 딜레마

  •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01-26 19:51:2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목포에 가면 ‘중깐’이라는 음식이 있다. 굉장히 낯선 명칭이지만 따지고 보면 익숙한 음식이다. 중깐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점심과 저녁 사이 중간에 먹는 새참이라는 의미. 또 하나는 목포 원도심에서 1947년부터 영업을 해온 ‘중화루의 간짜장’을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나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중간’에 된소리가 붙어 ‘중깐’이 됐다고 본다. 이건 대중의 굉장히 자연스러운 언어습관이다.

   
중깐 짜장면
음식으로서 중깐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유니짜장이다. 그런데 중깐은 유니짜장과 몇 가지 사소한 차이가 있다. 유니의 어원은 ‘육니(肉泥)’다. 이때 ‘니’는 진흙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기를 진흙처럼 잘게 다져서 볶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깐의 경우 고기뿐만 아니라 양파 등 부재료 전부를 다졌다. 그리고 다져진 상태를 자세히 보면, 다졌다기보다는 전라도 사투리로 ‘조사버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다지다’와 ‘조사버리다’가 어떻게 다르냐고? 굳이 달라야 하나? 그냥 다지지 않고 조사버리는 게 목포 방식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만드는 전통은 결코 논리적이지 않다. 논리적이지 않은 걸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려니 더러 억지스러운 스토리가 탄생한다. 중깐과 유니짜장의 세 번째 차이는 면의 굵기다. 중깐 면의 굵기는 기존 짜장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는 면이 재료를 조사서 볶은 소스와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요리를 먹은 후에 마무리로 먹는 음식이기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덕분에 후루룩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중깐 특유의 매력이 있다. 이정도 차이라면 유니짜장 같으면서도 유니짜장과 전혀 다른 중깐 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목포시청에서 열린 ‘목포 간편 음식 개발 및 상품화 연구’ 중간 보고회에서 중깐 소스로 속을 채운 ‘중깐빵’이 소개됐다고 한다. 음식을 소재로 관광 상품 개발한답시고 빵 속에 뭘 집어넣는 방식은 이젠 좀 지양해야 한다. 이건 이미 120년 전 일본이 근대화시기에 지겹도록 우려먹은 방식이다. 유럽처럼 디저트와 식사 빵의 구분이 없던 일본이 ‘화양절충’ 방식으로 개발한 게 단팥빵, 크림빵, 사라다빵, 카레빵 등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 일본의 방식을 여전히 답습하는 건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다.

   
중깐을 목포의 상징적인 향토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중깐빵 따위가 아니다. 짜장면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과 집착은 유난스러울 정도다. 따라서 목포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깐을 짜장면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야 한다. 짜장면 간짜장 유니짜장 사천짜장 삼선짜장의 계보에 중깐을 올려놔야 한다. 목포에 가면 반드시 중깐을 먹어야 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향토음식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프레임 싸움이란 걸 목포시 공무원이나 관계자들이 이해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깐’이란 이름 하나 얻는데 반백년 세월이 걸렸는데 이 좋은 자산을 그냥 두는 건 너무 아깝다.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장르가 되면, 향토음식 마케팅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한 거다. 이게 비단 중깐만의, 목포시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하는 소리다.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6. 6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7. 7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8. 8정지영·이명세 등 “암살자(들) 정쟁 도구화 말라”
  9. 9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10. 10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8. 8[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9. 9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10. 10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 1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2. 2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3. 3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한 손 뉴스] 市 굿즈 플랫폼 ‘부산꾸’…디지털 스티커 받으세요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