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 칼럼]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 강동진 경성대학교 교수
  •  |   입력 : 2021-01-28 19:49:36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는 ‘6T(IT BT ET NT CT ST)’라 불리는 첨단산업기술의 여러 혜택을 누리며 살아간다. NT(나노기술)나 ST(우주항공기술)는 아직 요원하지만, 코로나의 유행 속에서 IT(정보기술)와 BT(생명공학기술)의 진보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이러한 변화와 체감의 한 가운데에 ‘공학’이 자리한다. 공학은 인류의 더 나은 삶의 추구를 위한 산업기술과 응용과학 분야를 총칭한다. 근현대 문명 발달과 직결되는 공학의 존립 가치는 이루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사람들은 공학을 본연의 기초와 이념 부재, 그리고 합리성을 갖춘 표피적 성과라는 비판 속으로 몰아가곤 한다. 왜일까? 혹시 더 나은 성장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만연되어 가는 기술만능주의 때문은 아닐까?

기회가 될 때마다 본교의 공대 1학년생들에게 권하는 책이 한 권 있다. ‘시빌라이저드 엔지니어(The Civilized Engineer).’ 이 책은 인류에게 정반대의 모습으로 다가왔던 그리스와 로마의 멸망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위대하고 멋진 예술과 철학의 발전을 이루었던 그리스와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로 엄청난 힘을 과시했던 로마가 역사 저편으로 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그리스의 예술·철학과 로마의 건설기술 간의 상호 결핍을 답으로 제시한다. 즉, 저자는 ‘융합’을 얘기하며, 이러한 융합의 중심에 ‘시빌라이저드 엔지니어’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번역서 제목이 ‘교양있는 엔지니어’다. 다소 어색하고 언짢은(?) 느낌이 들지만, 제목 속에는 매일같이 변하는 기술을 누리고 향유하면서도, 기술 자체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시대 편향에 대한 비판이 내포되어 있다. 저자는 말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술을 생산하기 위한 엔지니어 수는 크게 늘었지만, 그들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줄어들며 신임도 역시 추락하고 있다. 또한 엔지니어는 단순 기술생산자로 전락했고, 뭔지 모를 힘(정치행정, 경제, 시민요구 등)에 지배당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예속된 시스템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러나 저자는 이 문제를 세상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바로 기술생산의 종사자 즉, 엔지니어 자체에 시선을 둔다. 여기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남 탓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문제 인식을 해결의 지름길로 삼는다. 저자는 자기 성찰, 즉 전문기술인으로서 직업의 철학적 토대를 탐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의 키워드는 단연코 ‘교양’이다. 살을 붙여 풀어보면 ‘엔지니어의 인문학적 소양’이다. 또한 ‘융합’이라는 말도 포함될 수 있다. 저자는 ‘인문학과 공학의 융합’에 대한 강조를 위해 토머스 에디슨, 스티브 잡스,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을 현 세상으로 다시 인도해온다. 그들의 기술적 성공 이면에 자리했던 문학과 예술, 철학 탐구에 대한 일상과 열정을 소개한다.

‘교양있는 엔지니어!’ 왜 엔지니어가 교양을 가져야 할까? 여러 이유 중, 필자는 ‘공학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란 점이 가장 크게 와 닿는다. 근대 이후 발전된 공학과 연계된 각종 기술의 영향력은 국가와 국민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기술이 공익과 공공성 향상을 위해 순수하게 사용된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편중된 사익이나 결핍된 공익의 편에 선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약 한달 전, 부산경실련에서 부산시 전체 시설직공무원 1630명 중 일반토목직이 923명이고 건축직이 472명이며, 이의 합이 85.5%에 달한다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이 숫자에 이르게 된 합당한 연유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쏠림현상이 너무 강해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속가능성, 스마트시티, 생태복원, 도시재생, 탄소중립, 포용사회, 회복력, 공유경제, 도시방재, 예방도시, 에너지재생, 입체복합, 문화도시 등. 언론과 방송을 통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들려오는 말들이다. 용어 하나하나에는 그리 익숙하진 않지만, 21세기의 도시들이 갖추어야 하는 필수 속성이란 점에 대한 동의는 이루어진 상태다.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렸던 자족의 시대를 지나, 창조성의 시대를 추구해야 하는 이때, 이처럼 변화무쌍한 도시를 직접 다루는 사람들의 구성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은 문제 양산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설직공무원만으로 도시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1세기의 선도 도시를 꿈꾸기에는 크게 부족해 보인다. 어찌 이 일이 부산시의 시설직공무원 수에만 국한된 일이랴.

기술의 발달은 민간분야의 변화와 투자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아니다. 융합의 기치를 내건 공공분야의 변화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기술에 기반을 둔 사회와 경제의 온전한 발전과 도약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인문성에 바탕을 둔 전문성이 발휘되는 도시가 미래도시의 핵심 가치다.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인 기반 위에 융합이 활성화될 때 도시는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 시대 이 시점, 이제 우리도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2. 2[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3. 3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4. 4“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5. 5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8. 8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9. 9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10. 10“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1. 1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2. 2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3. 3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4. 4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5. 5“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6. 6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7. 7김대식, 조작기소법 졸속 처리…“부산글로벌특별법도 조속 처리해야”
  8. 8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9. 9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10. 10‘내란 부정’ 국힘 김태규 제명촉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의결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3. 3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4. 4고속철도 통합 이후 하루 32만 명 탑승… 전년 동기보다 12.6% ↑
  5. 5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6. 6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7. 7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8. 8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9. 9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10. 10“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1. 1“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2. 2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6. 6[속보]만취 승용차로 가게 돌진, 현장에 차 두고 집에서 자던 40대 검거
  7. 7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8. 8“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9. 9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0. 10“농어촌 기본소득 신청 8개 郡 기회 박탈”(종합)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10. 10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선출 권력 통제
등골 프로텍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건강 불평등 해소한다더니…취약지역 외면한 의료버스
AI 악용 부정행위, 수능 공정성 지킬 대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