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히 장밋빛이다. 오는 4월 시장 보궐선거 이후 부산 미래가. 살짝 뜨겁기까지 하다. 부산을 향한 정치권 구애의 몸짓이. 그래도 빤히 보인다. 그들의 속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야 대표가 한달음에 내려와 서로 더 주기위해 안달하는 모습에 떠오른 단상이다. 시장의 성추행, 전격 사퇴, 1년의 리더십 공백. 많이 놀라고, 자존심도 상했을 시민으로선 그나마 보상 받는 기분도 없지 않을 듯싶다. 20년 숙원 가덕신공항에다 세계박람회, 서부산의료원까지. 공항은 여야 합의 특별법으로, 박람회는 올림픽 유치 버금가는 지원으로, 의료원은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니 말 그대로 ‘따 놓은 당상’이다. 야당은 덤 마냥 한일해저터널도 내놓았다. 다소 뜬금없지만 그 마음 씀씀이는 평가할 만하다. “아니, 1년짜리 시장 뽑는 보선이 요술 방망이야, 뭐야.” 다른 지역에서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올 만하다. 정작 불만을 터뜨려야 할 사람은 부산시민 아닐까. 여야 선물 보따리에 꼭 담겨야 할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다. ‘자기반성’, 그것이 없다.
이번 보선은 민주당 소속 시장의 성추행으로 마련됐다. 사건 직후 민주당은 즉각 사과했다.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젠더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 두 달 뒤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똑같은 권력형 성범죄. 그러나 지난달 말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결론 때까지 ‘근본적 조치’는 논의조차 없었다. 오히려 ‘책임감’에 대한 역주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재보선 귀책사유 시 공천금지 당헌을 뒤집고 후보를 내기로 한 것. 비판여론 탓인지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때 관련 질문이 나왔다. 혁신을 명분으로 이 당헌을 만들었던 문재인 대통령 답변은 의외였다. “헌법이 고정불변 아니고 국민의 뜻에 따라 개정될 수 있듯이 당헌도 고정불변일 수 없다.” 그런데 변경이 개선이 아니고 개악이라면? 과거 3선 개헌안도, 유신헌법도, 5공 헌법도 모두 국민투표를 거쳤다. 그러나 ‘진정한’ 국민의 뜻에 부딪혀 오래가지 못했다. “원칙 없는 승리보다 차라리 원칙 있는 패배가 더 낫다.” ‘노무현 어록’이 회자되는 이유다. 이게 마음에 걸렸을까. “수도 서울과 제2도시 부산에서 동시에 시장선거를 외면하는 것은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당초 불공천 소신을 접고 직접 선거에 뛰어든 김영춘 예비후보의 출사표다. 욕을 먹더라도 선거에 참여해 유권자 심판을 받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말하고 싶었을 게다.
그렇다면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부산 219억 원, 서울 487억 원으로 추산된 보선 비용이다. 모두 시민 혈세로 부담해야 한다. 여기다 국고에서 나가는 선거비 보전금 130억 원은 전체 국민의 몫이다. 지난해 민주당이 국가로부터 받은 정당 보조금은 327억 원. 허리띠를 졸라 일부라도 코로나 지원금으로 내놔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비슷한 상황 재연에 대비한 입법도 추진해야 한다. 재·보선을 유발한 정당의 국가보조금을 깎는 벌칙조항 말이다. 어느 누구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이런 여당 태도가 반가울 게다. 하지만 정작 공세 포인트는 민주당 무능에 맞춰져 있다. 낮은 성장률, 치솟는 실업률, 줄어드는 인구 등을 들며 “부산이 위기”라고 외친다. 부산권력 장악 3년의 민주당 책임을 냉철하게 묻는 것이다. 틀린 질책은 아니다. 그런데 따져볼 대목이 있다. “부산이 30년의 세월을 비껴갔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다.” 국민의힘 이언주 예비후보 말이다. 그 말처럼 부산 추락 시발점은 상당히 오래전이다. 무엇보다 1991년 지방의회 선거 부활 이후부터 불과 3년 전까지 부산권력은 국민의힘 독차지였다. 실제 그 긴 세월 동안 지역구 시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는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지역주의 장벽이 견고해질수록 견제도, 경쟁도 모두 사라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권력독점은 ‘기득권 카르텔’을 낳았다. 한때 정국을 뒤흔든 해운대 LCT 비리사건. 구청장을 지낸 재선 의원, 뒷배를 봐준 정무수석에다 당시 전·현직 시장 측근들까지, 모두 ‘부산권력’을 나눠 먹던 한 식구였다. 그래서 실정에 대한 책임을 물을라치면 “네 탓보다 내 탓이요”가 우선적으로, 그리고 훨씬 많아야 한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을 잃고, 지방권력마저 뺏긴 뒤에도 과거에 대한 반성과 시정 노력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진 전봉민 의원 사건이 대표적 사례. 본인은 도시계획을 관할하는 시의회 상임위원으로, 사돈은 용도변경 심의위원으로 있을 때 엄청난 이권이 걸린 초고층 아파트 인·허가를 따냈다. 이를 추적하는 기자에게 아버지는 거금으로 입막음하려다 결국 사달이 났다. 비난이 쏟아지자 전 의원은 탈당했다. 딱 거기까지.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커녕 누구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쏟아지는 모처럼의 여야 물량 공세를 마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치적 식언(食言)과 무책임의 리더십이나, ‘끼리끼리’ 다 해 먹는 독식구조마저 허용해선 결코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런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시민 여러분의 현명하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부산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