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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여야 본경선 레이스 돌입…지금까지 나온 보선 공약, 구체적 비전 제시엔 미흡

한달 안팎 내부 경쟁 통해 지역 미래 큰 그림 다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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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확정을 위한 여야의 경선 대진표가 지난주 발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영춘 박인영 변성완 예비후보, 국민의힘에선 박민식 이언주 박성훈 박형준 예비후보가 각각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민주당은 내달 11일, 국민의힘은 내달 4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두 당으로선 물론 어느 후보를 최종 선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선거에 앞서 향후 한달 안팎의 본경선 과정을 통해 최대한 흥행몰이에 나서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경선 과정에서의 삐걱거림이 본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야 새삼 더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대선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치러지는 보선이니 여느 선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퇴 때만 해도 이토록 판이 커질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어찌됐든 대한민국 1·2 도시 수장의 보선이 같은 이유로 치러지게 된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번 선거의 주 이슈가 여당 심판론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당헌까지 바꾸며 당초 입장을 뒤집고 출마를 강행한 민주당에 비난의 목소리도 높지만, 제대로 한번 심판을 받아보겠다니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게다가 선거공학적으로야 여당 심판론이 주 이슈겠지만, 그래도 선거는 인물과 공약 경쟁이다. 따라서 향후 본선거전은 물론 경선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큰 틀에서 여야의 공약 경쟁은 이미 불이 붙었다. 대표적인 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진 ‘한일 해저터널’ 건설이다. 지난 1일 김 대표가 부산을 찾을 때만 해도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한 지지 표명 정도를 밝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더해 한일 해저터널이라는 묵은 화두를 끄집어냈다. 여기에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과거 전문가 검토 끝에 부산시도 덮은 사안이라거나 일본에만 유리한 사업이라는 게 비판의 골자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한일 해저터널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주창했던 사업이라고 맞섰다.

다소 뜬금없긴 해도 여야의 치열한 공방으로 번졌으니 김 위원장의 승부수는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 단계에서 실현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밝힌 공약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상황과 시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여당의 강력한 가덕신공항 추진 탓인지는 모르지만 줄곧 우위를 보이던 여론조사에서 한때 뒤진 것으로 나오자 화급히 부산으로 달려왔던 그다. 이미 여당에 가덕신공항 의제를 빼앗긴 야당으로선 더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을 터이다. 그렇다 해도 당장 시급하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한 공약을 ‘묻고 더블’ 식으로 내던진 건 오히려 다급함의 발로로 읽힌다.

민주당도 이를 마냥 비판만 하긴 어렵게 됐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변했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한일 해저터널 건설에 긍정 입장을 피력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일 해저터널이 이번 보선의 새 이슈로 떠오른 만큼 적절한 대응은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아무리 한일 해저터널 건설의 실현성이 불투명해도 야당에 의외의 일격을 당한 것은 분명하다. 가덕신공항 이슈를 선점하면서 과거보다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는 안이함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 지나치게 고무된 걸까. 가덕신공항 하나로 선거전을 치를 요량이 아니라면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제 막 여야 본경선 일정이 시작된 마당이니 각당의 구체적 공약과 선거 전략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부산을 살리기 위한 뚜렷한 비전 제시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민주당이 가덕신공항 이슈를 선점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이게 선거전의 전부일 수는 없다. 가덕신공항이 부산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모르는 시민은 없지만, 여기에만 올인해서는 표심을 얻긴 힘들다. 국민의힘 또한 ‘텃밭론’에 알게 모르게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당내 경선만 이기면 본선은 무난했던 과거가 되풀이되리라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그래서 한달 안팎의 당내 경선이 주목된다. 단순한 흥행몰이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당내 치열한 공약 경쟁과 검증을 통해 부산의 구체적 비전을 가다듬어가는 과정이어서다. 이를 통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거나 유권자를 현혹하는 ‘공약(空約)’은 과감히 걸러내야 한다. 이번에 선출되는 시장은 당선만을 위한 1년짜리가 아니라 그 이상의 부산 미래를 그려야 한다. 과연 누가 제대로 된 큰 그림을 제시하며 본선에 나설지 시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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